ADVERTISEMENT

[굿모닝 내셔널] 조정래 울린 가족문학관 … “잊혀진 아버지 문학 재조명 기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세월이 흐르면서 아버지의 문학이 잊혀가는 게 너무도 안타까웠습니다. 아버지의 고향에 영원한 ‘문학의 집’을 지어주신 고흥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최근 아버지 고향 고흥군에 문 열어 #부친은 시조부흥 이끈 시인 조종현 #개관식서 생전 모습 떠올리며 눈물 #아내 김초혜 시인의 전시실도 꾸며 #작가별 육필원고·애장품 등 비치

지난달 30일 전남 고흥군 두원면 운대리.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 개관식에 참석한 조정래(74) 작가가 눈시울을 붉혔다. 시조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아버지 조종현(1906~1989) 선생의 살아생전 모습이 떠올라서다.

조 작가는 “평생 가난하게 사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슬픔이 많았는데, 가족들의 영원한 문학성을 볼 수 있는 문학관이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조정래 작가가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에서 문학관을 열게 된 소회를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조정래 작가가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에서 문학관을 열게 된 소회를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소설 『태백산맥』의 저자인 조 작가와 가족들의 문학 세계를 테마로 한 가족문학관이 고흥에 문을 열었다. 조 작가와 아버지인 조 시인, 아내 김초혜 시인(74)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공간이다. 국내 문단에는 부자(父子) 문인이나 부부(夫婦) 문인 등이 활동하는 경우는 많지만, 부자에 며느리까지 문인가족을 이룬 경우는 드물다.

건축 연면적 895㎡인 문학관에는 작가 3명의 문학세계와 삶의 흔적이 녹아 있다. 작가별로 꾸며진 전시실 3곳에는 육필원고와 서적·편지·애장품 등 1274점이 전시돼 있다. 가족문학관은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첫 번째 전시실인 ‘시조 시인 조종현 문학실’은 아버지 조 시인의 문학세계를 다룬 공간이다. 고흥에서 태어난 조 시인은 1922년 전남 순천시 선암사에서 출가해 만해 한용운 선생 등과 함께 독립운동을 했다. 1947년 환속한 이후로는 전남 벌교와 광주, 서울 등에서 국어교사로 활동하며 시조 시인으로 활동했다. 1960년에는 시조 시인 월하 이태극(1913∼2003년)과 『시조문학』을 창간해 시조 부흥을 이끌기도 했다.

140㎡ 면적인 조 시인의 전시실에는 승려이자 교육자, 시조시인으로 활동한 흔적이 담긴 321점이 전시돼 있다. 조 시인의 대표작인 ‘나도 푯말 되어 살고 싶다’ ‘백묵 가루에’ 등의 육필원고와 가람 이병기(1891∼1968)와의 편지 등을 볼 수 있다.

‘조종현 문학실’ 내부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조종현 문학실’ 내부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두 번째 전시실은 한국 문학계의 거장인 조정래 작가의 작품세계로 꾸며졌다. ‘소설가 조정래 문학실’이란 테마로 육필원고와 서적·사진 등 533점을 전시 중이다. 장편소설인 『허수아비춤』과 위인전 『신채호』 등의 육필원고와 친필메모 등이 119㎡의 전시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조 작가는 ‘20세기 현대사 3부작’으로 불리는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으로 1500만부라는 초유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고흥 운암산자락에 자리한 가족문학관은 조 작가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문학관이다. 전남 보성의 ‘조정래 태백산맥문학관’과 전북 김제의 ‘조정래 아리랑문학관’과는 달리 가족 문인들과 함께 전시실을 꾸민 게 특징이다. 이곳에는 『태백산맥』 등 대표작들과 위인전 시리즈, 그가 직접 사용한 각종 필기구와 탁상일기, 다기 세트 등도 함께 전시돼 있다.

세 번째 전시실은 『사랑굿』 『어머니』 등을 쓴 시인 김초혜 문학실이다. 남편의 전시실과 같은 크기인 119㎡의 전시실은 김 작가의 육필원고와 붓글씨, 필기도구 등 420점의 전시품으로 꾸며졌다. 김 작가가 직접 쓴 시집들 사이로는 그의 작품 활동과 조 작가와의 결혼생활 등을 담은 신문·잡지 기사들이 전시돼 있다.

박병종 고흥군수는 “한지붕 아래 한국 문단을 이끄는 분이 3명이나 있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며 “가족문학관 건립을 시작으로 철운 조종현 선생 가족의 문학세계를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