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인터넷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 바나나' 근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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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 대구 주택에 열린 바나나. [연합뉴스]

올 6월 대구 주택에 열린 바나나. [연합뉴스]

"올해 바나나 덕분에 여행하고 있습니다."

대구 주택에 열린 바나나. [연합뉴스]

대구 주택에 열린 바나나. [연합뉴스]

대구 동구 효목동에서 삼계탕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김덕규(44) 대표는 1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근황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올여름 김 대표 식당 화단에 아열대 식물인 바나나가 열린 소식이 알려지며 인터넷이 떠들썩했었다. 당시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하루에 10그릇도 겨우 팔았는데 바나나 덕분에 유명해져 평소보다 매출이 5~7배가량 올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대구 바나나'는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김 대표 마당에서 발견된 열매는 바나나와 유사한 열매 모양을 지닌 '파초'인 것으로 확인됐다. 바나나와 파초는 파초과(科) 파초속(屬)으로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파초는 바나나보다 키가 작고 굵기도 가늘다.

올해 6월 대구 동구 효목동 김덕규씨(44)가 주택을 개조해 운영하고 있는 삼계탕 가게 앞마당에 심은 바나나 나무에 아기손 같이 작은 바나나 6송이가 열렸다. [뉴스1]

올해 6월 대구 동구 효목동 김덕규씨(44)가 주택을 개조해 운영하고 있는 삼계탕 가게 앞마당에 심은 바나나 나무에 아기손 같이 작은 바나나 6송이가 열렸다. [뉴스1]

김 대표는 "열매가 너무 빨리 열려 이내 죽고 말았다"고 말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른 더위로 파초의 생육 조건이 잘 갖춰지면서 무더운 대구에서 꽃을 피운 것으로 분석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정상적인 파초 열매는 7월 말에서 8월 초인 수확 때 엄지손가락만 한 열매가 맺혀야 한다. 그러나 김 대표 식당 마당에 열린 이 열매는 새끼손가락만 한 작은 크기였다. 열매가 너무 빨리 맺혔기 때문이다. 다만 안에는 씨가 있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파초 열매가 영글지 않아 아쉽지만 봄이 되면 싹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꽃이 피었지만 열매는 맺지 않고 시들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나무가 동면(冬眠)에 들어갔다"며 "줄기 등을 다 쳐내고 뿌리만 남아있다"고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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