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바나나 덕분에 여행하고 있습니다."
대구 동구 효목동에서 삼계탕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김덕규(44) 대표는 1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근황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올여름 김 대표 식당 화단에 아열대 식물인 바나나가 열린 소식이 알려지며 인터넷이 떠들썩했었다. 당시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하루에 10그릇도 겨우 팔았는데 바나나 덕분에 유명해져 평소보다 매출이 5~7배가량 올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대구 바나나'는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김 대표 마당에서 발견된 열매는 바나나와 유사한 열매 모양을 지닌 '파초'인 것으로 확인됐다. 바나나와 파초는 파초과(科) 파초속(屬)으로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파초는 바나나보다 키가 작고 굵기도 가늘다.
김 대표는 "열매가 너무 빨리 열려 이내 죽고 말았다"고 말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른 더위로 파초의 생육 조건이 잘 갖춰지면서 무더운 대구에서 꽃을 피운 것으로 분석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정상적인 파초 열매는 7월 말에서 8월 초인 수확 때 엄지손가락만 한 열매가 맺혀야 한다. 그러나 김 대표 식당 마당에 열린 이 열매는 새끼손가락만 한 작은 크기였다. 열매가 너무 빨리 맺혔기 때문이다. 다만 안에는 씨가 있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파초 열매가 영글지 않아 아쉽지만 봄이 되면 싹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꽃이 피었지만 열매는 맺지 않고 시들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나무가 동면(冬眠)에 들어갔다"며 "줄기 등을 다 쳐내고 뿌리만 남아있다"고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