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방중, 당초 4박 5일 준비…냉담한 中 반응에 단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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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1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APEC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1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3일 시작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애초 대한민국 정상의 국빈 방중 역대 최장인 4박 5일로 추진했으나 중국 측의 냉랭한 태도로 1박을 줄여 3박 4일로 단축한 사실이 확인됐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지난달 “베이징과 다른 한 개 도시를 포함해 4박 5일로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외교안보팀은 통상 3박 4일이던 역대 국빈 방중과 달리 가장 길고 성대한 일정을 기획했다. 이를 통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갈등 해결을 과시하겠다는 의욕에 따라 13일부터 17일까지 베이징 2박, 충칭(重慶) 2박으로 이어지는 연내 방중 일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교섭 과정에서 중국이 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참가, 한·미·일 군사동맹화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3불(不) 조치와 기존 사드 제한 등 다음 단계를 요구하는 등 청와대의 기대와 달리 담담한 태도를 취하자 국내 여론도 역풍이 거세졌다. 그러자 청와대는 방중 일정을 하루 줄여 3박 4일로 확정했다. 260여 명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은 이 과정에서 꾸려졌다. 여기에 18일 2박 3일 일정으로 시작되는 중국의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다.
연내 방중을 성사시키기 위한 무리한 방중 강행이 사드 복병을 만나면서 공동성명, 기자회견은 물론 국빈 방문의 요건인 총리 오찬도 없는 3무(無) 국빈 방중으로 귀착됐다. 지난 6월 말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국빈 방문이 아니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만찬에 이은 마이클 펜스 부통령과 오찬도 성사됐다. 하지만 이번 문재인 대통령은 방중 이틀째인 14일 시진핑(習近平) 주석 주최의 국빈 만찬만 가질 뿐, 15일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오찬 없는 늦은 오후 회담으로 결론 났다. 여기에 이미 지난 19차 당 대회에서 은퇴한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위원장과의 회담만 추가됐다. 지난달 9일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국빈 만찬에 18·19대 전·현직 상무위원 12명을 배석시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0년 이후 방중 때마다 상무위원 9명 전원을 면담했던 기록을 깼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대접이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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