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난징(南京) 대학살 80주년 기념일을 맞아 현지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행사에 초청을 받은 복수 국가의 외교관들이 시 주석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첫 국빈 방중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하는 날이다. 두 정상의 만남은 결국 이튿날인 14일에 이뤄진다.
난징 학살 기념일 참석 … 일본도 초청 #“정상 만남은 14일 오후 이후로 조율”
중국 정부는 해마다 장쑤(江蘇)성 난징에서 기념식을 거행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80주년이란 의미를 담아 참석자의 격을 높이고 외교 사절을 초청하는 등 행사의 규모를 확대했다. 중국 정부는 남북한과 몽골,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등 일제 침략의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받은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러시아·프랑스·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외교 사절을 기념식에 초청했다. 가해 당사국인 일본의 외교사절도 초청대상에 포함됐다.
시 주석은 중국 정부가 12월 13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한 첫해인 2014년에도 이 행사에 참석했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이 3년 전에 한 번 참석한 데다 최근 중·일 관계 개선 기류 등을 감안해 올해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행사의 격을 높이면서 참석하는 것으로 낙착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13일 베이징을 비움에 따라 이날 국빈 방중을 시작하는 문 대통령의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정상회담과 공식 환영행사, 만찬 등 시 주석과 만나는 일정은 모두 14일 오후부터 이뤄지는 것으로 조율됐다”고 말했다.
난징 대학살은 1937년 중·일전쟁 때 중국의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민간인을 포함해 중국인을 대거 학살한 사건이다. 중국은 희생자가 30만 명에 이른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근거 없이 부풀려진 숫자라며 부인하고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