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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의 멸종, 과도한 사냥 탓일까

중앙일보

입력

지구를 지배하던 거대한 포유류 털북숭이매머드 [중앙포토]

지구를 지배하던 거대한 포유류 털북숭이매머드 [중앙포토]

매머드(Mammoth) 

북미대륙 등지에선 1만 년 전 멸종 #최후 매머드는 3600년 전까지 생존 #기온 올라 초지 사라지며 먹이 부족 #사람 사냥이 '최후의 일격' 가한 셈 #온난화로 동토층 녹아 사체 드러나 #매머드 복제 시도에 비판적 시각도

발에서 어깨까지의 높이가 4m에 이르고, 몸무게가 6~8t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던 매머드(맘모스).
160만 년 전 지구 상에 출현해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북미 대륙을 거닐던 매머드는 대략 1만 년 전 모습을 감췄다.
물론 북극해에 있는 레인젤 섬에서는 지금부터 3600년 전인 기원전 1650년 전까지 최후의 매머드가 남아 있었다.

매머드가 사라진 데 대해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사람의 과도한 사냥 탓이라는 주장과 기후변화 탓이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과연 어느 주장이 맞을까?

러시아 하바로브스크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매머드 모형. 강찬수 기자

러시아 하바로브스크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매머드 모형. 강찬수 기자


빙하기를 견뎌낸 매머드

지구의 역사에는 여러 번의 빙하기(ice age)가 있었다.
현재의 빙하기는 약 4000만년 전에 시작됐고, 4만~10만 년을 주기로 빙하가 확장하는 빙기(glacial period)와 후퇴하는 간빙기(interglacial period)를 왔다 갔다 하는 사이클을 계속하고 있다.

발굴된 매머드 사체, 야쿠츠크 영구동토박물관 강찬수 기자

발굴된 매머드 사체, 야쿠츠크 영구동토박물관 강찬수 기자

마지막 빙기는 1만 년 전에 끝이 났고, 현재는 간빙기 상태다.
매머드가 추운 빙하기를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길이 50㎝가 넘는 털로 온몸이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또 피부 아래 두께 10㎝의 두꺼운 지방층이 있어 단열효과를 냈다.
코끼리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귀와 꼬리도 열 손실을 방지하는 데 기여했다.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연구팀이 매머드 헤모글로빈을 분석한 결과, 코끼리와 다른 점을 발견했다.
아주 낮은 온도에서도 세포에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팀이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했더니, 매머드는 아프리카코끼리보다는 아시아코끼리와 더 가까웠다.
매머드와 아프리카코끼리 공통 조상이 갈라진 것은 약 600만 년 전이고, 아시아코끼리가 분화해 나간 것은 그로부터 약 44만 년 후였다는 것이다.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는 또 매머드의 털 색깔도 추정했다.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4만3000년 전 매머드의 뼈에서 추출한 DNA에서 털 색깔을 결정하는 단백질의 유전자 Mc1r을 찾아냈는데, 이 유전자(대립형질)의 조합에 따라 검은색이나 담황색, 금색, 붉은색 등 다양한 털 색깔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2012년 3월에 발견된 매머드 사체는 털 색깔이 황금색이었다.
매머드는 수컷이 암컷보다 더 크고, 몸집이 아주 큰 수컷은 몸무게가 12t이 넘기도 했다.

매머드 사체 [중앙포토]

매머드 사체 [중앙포토]


매머드 멸종을 둘러싼 논란
그렇다면 매머드가 사라진 것은 인류가 과잉 사냥한 탓일까.
인류가 시베리아를 거쳐 북미 대륙에 도착한 것은 1만2000년 전.
매머드가 사라진 시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인간이 마구 사냥해 멸종시켰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기후변화가 대량 멸종의 주범이라는 주장도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러시아 극동 사하공하국 야쿠츠크에 있는 영구동토박물관 앞뜰에 설치돼 있는 매머드 모형. 강찬수 기자

러시아 극동 사하공하국 야쿠츠크에 있는 영구동토박물관 앞뜰에 설치돼 있는 매머드 모형. 강찬수 기자

기후변화로 따뜻한 시기가 도래하면서 환경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1만3000년 전보다 더 앞선 시기에는 영양가가 적고 키가 작은 풀이 자라는 초원이 넓었으나, 기후가 더워지면서 키 큰 풀과 관목이 자랐다.
소나무·가문비나무·박달나무 등 식용으로 부적합한 나무들이 자라고 무성해지면서 매머드가 먹을 게 줄어든 탓이라고 설명한다.
활엽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 극단적인 환경 변화로 매머드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사람이 사냥에 나서기 1000년 전이었다는 것이다.
사냥으로 인한 멸종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다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2만6000년 전의 간빙기 때도 기온이 상승했지만, 매머드는 그 간빙기를 헤쳐나왔기 때문에 기후변화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다 운석이 충돌하면서 산불이 발생한 탓에 멸종했다는 설도 있고, 동종교배로 인한 열성유전자가 쌓인 탓이란 주장도 있다.

특히 매머드가 최후까지 살아남았던 레인젤 섬의 경우 동종교배가 멸종의 원인일 것이란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레인젤 섬의 면적은 서울의 12배 정도 되는 7600㎢이고, 러시아 본토로부터 140㎞ 떨어진 곳이다.

'류바'라는 이름을 가진 생후 1년된 매머드 사체 [중앙포토]

'류바'라는 이름을 가진 생후 1년된 매머드 사체 [중앙포토]

매머드 사체를 찍은 엑스레이 사진 [중앙포토]

매머드 사체를 찍은 엑스레이 사진 [중앙포토]

과거 빙기에 해수면이 낮았을 때는 대륙과 연결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마지막 6000년 동안 최소 500~1000마리 정도의 숫자는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기에 동종번식의 악영향이 낮았다는 반론도 있었다.
지난 3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고립된 섬에서 작은 숫자가 살다 보니 해로운 돌연변이가 축적돼 결국 '유전자 붕괴(genomic meltdown)' 사태가 일어났고, 이것이 멸종으로 이어졌다는 게 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학계에서는 매머드가 멸종한 데 대해 이런저런 요인이 함께 작용한 탓으로 보고 있다.
멸종을 재촉한 것은 기후변화이지만 마지막 숨통을 끊어놓은 것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드러나는 매머드 사체
시베리아 영구동토층(permafrost)은 1년 내내 얼어있는 토양층이다.
시베리아나 알래스카 등지에서는 여름철 깊이 1m 이내의 토양은 녹더라도 그 아래 토양은 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영구동토층이 과거보다 더 많이 녹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야쿠츠크 영구동토박물관. 영구동토층을 파낸 박물관 실내 기온이 영하 7도를 가리키고 있다. 강찬수 기자

야쿠츠크 영구동토박물관. 영구동토층을 파낸 박물관 실내 기온이 영하 7도를 가리키고 있다. 강찬수 기자

이러다 보니 얼어붙은 땅속에 있던 매머드 사체가 곧잘 발견된다.
물론 과거에도 매머드 사체가 발견됐고, 중세 시대에도 유럽에서는 매머드 상아가 비싼 값에 팔리기도 했다.
또 1900년 러시아 극동 야쿠티아 공화국 베료조프카 강가에서 발견된 매머드는 보존 상태가 뛰어났다.
그러다 2007년 시베리아 북서쪽 야말 반도에서 1만 년 전에 숨을 거둔 새끼 매머드가 발견됐다.
이 매머드 사체도 DNA를 추출할 수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았다.
2012년 3월에 발견된 매머드는 털이 잘 보존돼 황금색 털 색깔도 구분이 가능했다.

러시아 매머드 발굴 현장(야쿠츠크 영구동토박물관 게시 사진) 강찬수 기자

러시아 매머드 발굴 현장(야쿠츠크 영구동토박물관 게시 사진) 강찬수 기자

2012년 10월에는 북극해에 접한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주에서 3만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500㎏짜리 매머드 사체가 발견됐다.
사체는 뼈대뿐만 아니라 가죽과 살, 지방, 일부 생체기관까지 온전히 보존돼 있었다.
2013년 5월에는 야쿠티아 공화국 노보시비르스크 군도에 속한 말리 랴호프스키 섬에서 몸통 속 액체 상태의 피까지 남아있는 매머드 암컷 잔해가 발견됐다.
일부 근육 세포는 붉은색의 신선한 육질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매머드 상아, 하바로브스크 박믈관. 강찬수 기자

매머드 상아, 하바로브스크 박믈관. 강찬수 기자


매머드 복제 성공할 수 있을까 
잘 보존된 매머드 사체가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은 자연스럽게 매머드 복제를 꿈꾸게 됐다.
이른바 이종복제다. 과거 복제 양 돌리가 같은 종끼리 복제했다면, 영화 '쥐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공룡 복제가 이종복제다.
먼저 매머드와 가장 가까운 생물인 코끼리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매머드 조직에서 뗀 핵을 넣어 복제 배아를 만들게 된다.

매머드 사체를 검사하는 과학자들 [중앙포토]

매머드 사체를 검사하는 과학자들 [중앙포토]

복제 배아는 다시 대리모인 암컷 코끼리의 자궁에 착상시켜서 태아로 자라도록 하고, 마지막으로 출산토록 하는 방식이다.
1980년대 러시아 학자들부터 이런 시도가 이뤄졌고, 1997년부터 일본 학자들이 참여하면서 본격화됐다.
줄기세포 연구자인 한국의 황우석 박사도 2011년 매머드 복원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고, 러시아 측에서도 매머드 조직을 황 박사에게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제의 관건은 매머드 유전자 DNA가 얼마나 잘 보존됐느냐 하는 것이다.

매머드 복재 과정에 대한 설명. 맨 위는 매머드 정자를 확보했을 때 코끼리 난자에 핵을 주입하는 방법 2.매머드 체세포의 핵을 이용한 복제 3. 유전자 일부를 활용해서 하이브리드를 만드는 방법이다.

매머드 복재 과정에 대한 설명. 맨 위는 매머드 정자를 확보했을 때 코끼리 난자에 핵을 주입하는 방법 2.매머드 체세포의 핵을 이용한 복제 3. 유전자 일부를 활용해서 하이브리드를 만드는 방법이다.

겉으로는 잘 보존됐다 하더라도 세포 수준에서 보존 상태를 따져야 한다.
사체가 어는 과정에서 세포 내에 얼음 결정이 만들어지는데, 이 얼음 결정이 DNA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DNA 손상을 고려해 일부에서는 아시아코끼리와 매머드의 유전자를 접합하는 하이브리드(hybrid)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CRISPR) 기술을 활용해서 2년 안에 이른바 '매머펀트(mammophant)'를 만들어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매머펀트는 매머드와 코끼리(elephant)를 합친 말이다.
크리스퍼(CRISPR) 기술은 DNA에서 정확히 원하는 부위를 자르고 붙이는 기술로 유전자 치료 등에도 사용된다.
이런 매머드 복제 시도에 대해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 의견도 많다.

매머드 사체 발굴 장면 [중앙포토]

매머드 사체 발굴 장면 [중앙포토]

우선 '매머펀트'처럼 하이브리드에 대해서는 매머드나 코끼리가 세균 정도의 단순한 '유전체의 집합'으로 볼 수 있느냐, 사람이 마음대로 유전자를 조작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도 되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매머드를 완벽하게 복제한다고 하더라도 생태적인 문제가 대두할 수 있다.
매머드가 과거에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 살았는지,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지식이 없이 무턱대고 복제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기껏 복제해서 동물원 우리에 가둬둔다면 진정한 복원(de-extinction)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황우석 박사를 둘러싼 미스터리
지난여름 황 박사와 제주대 박세필 교수 사이에 매머드 복제 연구 성과를 둘러싸고 법적 다툼을 벌였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황 박사는 2012년 러시아에서 채취한 매머드 조직 샘플을 들여와 복제 실험을 했으나 거듭 실패했다.
그러다 2015년 3월 박 교수에게 매머드 샘플을 제공했고, 박 교수팀은 한 달 뒤인 2015년 4월 복제 실험에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황우석 박사. [연합뉴스]

황우석 박사. [연합뉴스]

황 박사는 샘플을 제공한 자신이 연구 성과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 교수는 공동 성과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가 복제에 성공한 샘플을 황 박사에게 돌려주기를 거부하자 황 박사는 박 교수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황 박사는 또 박 교수가 공동 성과물로 인정하지 않으면 샘플을 폐기하겠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공갈 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여름 두 가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박 교수팀이 복제에 성공했다는 샘플을 검찰이 넘겨받아 분석했는데, 그 결과 매머드 조직이 아닌 생쥐 세포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애당초 황 박사가 생쥐 세포를 건넸는지, 아닌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교수팀이 복제에 성공한 샘플을 모두 폐기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2016년 열렸던 매머드 기증표본 특별기획전 김성태 프리랜서

2016년 열렸던 매머드 기증표본 특별기획전 김성태 프리랜서

황 박사가 러시아에서 매머드 샘플을 들여온 것이 불법이고, 그것으로 실험한 것도 불법이어서 폐기했다는 것이다.
검찰도 고발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추가 수사를 하지 않았다.
그런 박 교수팀은 복제 연구와 관련해 정식으로 논문을 제출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박 교수팀이 실제 매머드 세포 복제를 시도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성공했는지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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