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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저명인사 등 역외탈세 혐의 37명 세무조사…법인 영업권 해외에 팔면서 이중계약, 해외지점 매출 은닉

중앙일보

입력

한 국내 법인의 대표 A 씨는 자사가 보유한 영업권을 다른 외국 법인에 양도했다. 계약서상 매각 대금은 수백억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는 허위 계약서였다. 실제 대금은 수천억 원대였다. A 씨는 이 돈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에 빼돌렸다가 국세청에 덜미가 잡혔다. 국세청은 A 씨에 대해 수백억 원대의 세금을 추징했다. 또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 역외탈세 혐의자 187명 조사 #총 1조1439억원 추징, 검찰 고발 #이중계약 통해 영업권 양도차익 빼돌려 #미신고 해외지점 매출 은닉 기업 대표도 #관세청, 3826억원 무역 금융 범죄 적발

끊이지 않는 역외탈세 행위에 대해 국세청이 다시 칼을 빼 들었다. 국세청은 “조세회피처나 해외 현지법인 등을 활용해 소득이나 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자 37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라고 6일 밝혔다.

역외탈세 적발 사례.[자료 국세청]

역외탈세 적발 사례.[자료 국세청]

국세청은 법인 소득에 세금을 면제하거나 거의 물리지 않는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및 외환거래 정보, 해외현지법인 거래 등을 분석해 조사 대상자를 정했다.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소득을 숨기거나, 해외 투자를 명목으로 법인 자금을 유출한 기업 사주 등이 이번 조사 대상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최근 공개한 조세회피처 관련 자료인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명단에 포함된 이들 중 일부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김현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규모가 큰 대기업 계열사와 저명인사도 포함됐다”라고 말했다.

앞서 국세청은 올해 10월까지 역외탈세 혐의자 187명을 조사해 1조1439억원을 추징했다. 지난해의 경우 2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조3072억원을 걷어 들였다. 이 중 고의적 세금 탈루자에 대해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도매업을 운영하는 B 씨는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해외 지점을 통해 국내에 광물을 공급하면서 관련 매출액을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의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돼 수백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하고 검찰에 고발조치됐다. 원재료를 수입했다고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수입하지 않는 ‘가공거래’를 통해 법인자금을 빼돌린 사례도 있었다.

역외탈세 사례.[자료 국세청]

역외탈세 사례.[자료 국세청]

국세청은 다자간 금융정보 자동교환협정(MCAA)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역외 탈세를 뿌리 뽑는다는 방침이다. MCAA를 통해 정부는 지난 9월 영국, 케이만 등 50여 개국과 최초로 금융 정보를 교환했다. 내년에는 중국, 스위스 등과도 금융 정보 교환이 가능하게 된다. 국제거래정보통합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국제거래 동향도 보다 세심하게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외 특수관계인과 거래가 있는 내국법인 등에 대해 ‘국제거래정보통합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개별 법인 매출액이 연간 1000억원을 초과하거나 국외 특수관계인과 거래금액이 연간 5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달부터 처음 시행돼 해당 기업들은 연말까지 보고서를 내야 한다.

김현준 국장은 “역외탈세 정보수집 인프라를 늘리고 해외 공조를 강화해 역외 탈세가 과세 망을 빠져나갈 수 없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도 이날 “3628억원 상당의 수출입 관련 중대 외환범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지난 2월부터 11월까지 무역금융범죄 특별단속을 했다. 한 회사 대표는 철강재 수입 가격을 실제보다 고가로 조작해 신고하는 방법으로 해외은행 비밀계좌에 자금을 조성했다. 그리고 이 계좌와 연계된 국제 직불카드를 발급받아 국내 시중은행의 현금인출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방식으로 자금 세탁을 했다가 단속에 적발됐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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