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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망가지고 웃겨 주는 갱스터들 '프리 파이어'

중앙일보

입력

'프리 파이어'

'프리 파이어'

원제 Free Fire | 감독 벤 휘틀리 | 출연 샬토 코플리, 킬리언 머피, 브리 라슨, 아미 해머, 잭 레이너, 샘 라일리 | 각본·편집 에이미 점프, 벤 휘틀리 | 촬영 로리 로즈 | 음악 제프 배로우, 벤 살리스버리 | 프로덕션 디자인 파키 스미스 | 의상 엠마 프라이어 | 장르 액션, 코미디 | 상영 시간 91분 |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매거진M] '프리 파이어' 영화 리뷰

★★★☆

[매거진M] 지독한 설정, 막가는 폭력성과 캐릭터로 승부하는 오락영화. 90분간 제대로 부수고 망가지고 웃겨 준다. 이건 갱스터 무비다. 그것도 천하의 지질함으로 똘똘 뭉친 갱스터 무비. 입 벌어지게 하는 ‘후까시’나 비장미, 의리와 우정 따위? 이 영화에서 기대하지 마시라.

'프리 파이어'

'프리 파이어'

여긴 어둠이 짙게 깔린 1978년 보스턴의 한 폐공장. 소총이 대량으로 필요한 IRA(아일랜드 공화국군) 요원 크리스(킬리언 머피) 일당은 브로커인 저스틴(브리 라슨)과 오드(아미 해머)를 통해 무기상 버논(샬토 코플리) 일당과 접선한다. 폭풍 전야의 기운이 감돌던 밀거래 현장은 무리의 졸개 스티보(샘 라이리)와 해리(잭 레이너)의 사소한 다툼으로 급변하고, 급기야 화를 참지 못한 해리가 방아쇠를 당기고 만다.

한 발의 총격. 영화는 그 순간부터 미친 듯 아드레날린을 내뿜기 시작한다. 확실히 벤 휘틀리 감독의 관심사는 홍콩 누아르식의 화끈한 총격 액션이 아니라, 알량한 자존심과 돈 때문에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머저리들을 실컷 비웃고 놀리는 것이다. 이를테면 두 일당이 서로에게 총을 난사하며 아비규환이 되지만,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사실 제대로 명중시킨 사람도 치명상을 입은 사람도 없다. 그저 우스운 몰골로 드러누워 총질해댈 뿐이다. 곧 죽을 것처럼 허덕이는 주제에, 다들 또 입은 살아서 상대를 헐뜯는 욕설을 쉬지 않는다(총알은 헛방이 다수지만, 농담은 꽤 명중률이 높다). 하여 그들이 극한 상황에 몰리고, 상처를 입는 상황들이 관객 입장에선 꽤 즐거운 볼거리가 된다.

'프리 파이어'

'프리 파이어'

휘틀리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독특한 색깔을 가진 젊은 감독 중 하나다. 무참한 폭력성과 광기로 들끓는 킬러 영화 ‘킬 리스트’(2011), 캠핑카를 타고 살인을 반복하는 어느 커플의 지독한 사랑 ‘살인을 부르는 관광객’(2012), 첨단 고층 빌딩을 무대로 인간의 탐욕과 야만성을 들추는 ‘하이-라이즈’(2015) 등 족족 괴팍하고 자극적이며 흥미롭다.

‘프리 파이어’도 다르지 않다. 마구잡이식의 폭력성이 거슬리긴 하지만, 취향에만 맞다면 이만큼 신나는 오락영화도 없을 듯. 킬리언 머피, 브리 라슨 등 그 쟁쟁하고 값비싼 배우들이 1시간 넘게 등으로 기어 다니고, 절룩거리고, 아프다고 질질 짜는데 진정 가관이다. 정말이다.

TIP 'Annie's Song' 'This Old Guitar' 등 적재적소에 터지는 존 덴버의 명곡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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