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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방카는 트럼프의 성추문 의혹 후보 지지에 침묵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성추문 의혹'을 받는 로이 무어 공화당 후보(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트럼프의 성추문 의혹 무어 후보 공개 지지에도 #'여성 문제' 강조해온 이방카는 왜 가만히 있나 #힉스 등 다른 여성 측근에 대한 비판도 제기돼

로이 무어 후보 [AP=연합뉴스]

로이 무어 후보 [AP=연합뉴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이 거대한 감세안에 한 표조차 던지길 거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앨라배마에서 공화당 로이 무어가 승리해야 하는 이유"라고 썼다. 또 "범죄와 불법 이민의 중단, 장벽 건설 등을 위해 무어의 한 표가 필요하다"며 처음으로 그를 공개 지지했다. 이번 보궐선거가 내년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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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무어 후보의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에 대해 극히 말을 아껴왔다. 그러면서도 같은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 의원 앨 프랭컨에 대해선 공격을 쏟아내 '이중 잣대'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방카 트럼프 [AP=연합뉴스]

이방카 트럼프 [AP=연합뉴스]

그런 트럼프가 침묵을 깨고 무어를 지지한 것에 대해 미 언론들의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의 여성 측근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CNN 유명 앵커 캐롤 코스텔로는 5일 '트럼프의 여성들도 모두 연루돼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해당 방송사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연루(complicit)'는 최근 딕셔너리닷컴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말로, 미국 코미디쇼 SNL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이방카를 풍자하며 이 단어를 써 유행했다.

코스텔로는 먼저 이방카의 위선을 꼬집었다. 그는 "이방카는 대선 기간 내내 아버지가 여성을 위해 싸울 것이며 본인도 이 문제를 위해 일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중요한 일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며 "왜 아버지에게 무어를 절대 지지해선 안 된다고 강력하게 말하지 않는가"라고 썼다.

이방카가 무어 후보의 성추문에 대해 "아이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이들을 위해 지옥에 특별한 자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트럼프를 설득하지 않는 것은 침묵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그는 또 "이방카뿐 아니라 호프 힉스 백악관 공보국장,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베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등도 모두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여성 측근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할리우드 거물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이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은 이후 미 전역에서 유명 인사들의 성추문이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트럼프의 여성들'은 지나치리만큼 침묵을 지키고 있단 얘기다.

오히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무어 후보의 경쟁자인 더그 존스 민주당 후보를 찍지 말라고 트위터에 쓰는 등 '성추문 후보'를 우회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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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뉴욕타임스 등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 아누셰 호사인 또한 CNN에 기고문을 실어 "이방카는 여성들의 챔피언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방카는 줄곧 ‘여성 문제’를 거론했지만 성공적으로 해낸 일은 없다”며 “그가 강조해왔던 성별 임금 차별의 완화조차 그에겐 진짜 우선순위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방카가 무어 후보를 비판하긴 했지만, 우리는 지금 ‘미투(Me Too 캠페인)의 시대’에 있다"며 그의 행동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현재 여성에 대한 성적 차별, 학대와 관련해 진정한 혁명을 겪고 있는 중이며 이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미국과 전 세계 여성의 권리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이방카가 진정 여성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또 "아버지의 가장 효과적인 홍보 도구였던 이방카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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