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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평화의 비둘기로 재 탄생한 사일리지 설치 미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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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가 끝난 농촌 들판은 황량하다. 흙바닥 보이는 텅 빈 논에 찬바람만 지난다. 쓸쓸함이 가득한 들판에 알록달록 채색된 덩어리가 모였다. 이 덩어리들은 볏짚을 둥글게 뭉친 뒤 발효시켜 축산 사료로 만드는 ‘곤포(梱包) 사일리지(silage)’이다. 흰색 비닐로 꽁꽁 둘러싼 ‘곤포 사일리지’에 색을 칠하자 이색 설치 예술품으로 변신했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신세계 사이먼 파주 아울렛 앞 논에 비둘기가 등장했다. 볏짚 곤포 사일리지로 만든 설치예술 작품이다. 4일 현재 비둘기 모양을 만든 흰 색 부분은 사료로 사용되면서 옮겨졌다. [사진 탄현문화예술창작그룹]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신세계 사이먼 파주 아울렛 앞 논에 비둘기가 등장했다. 볏짚 곤포 사일리지로 만든 설치예술 작품이다. 4일 현재 비둘기 모양을 만든 흰 색 부분은 사료로 사용되면서 옮겨졌다. [사진 탄현문화예술창작그룹]

신세계 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앞 도로변에 등장한 곤포 사일리지로 만든 설치예술품. 아울렛 앞에 놓여진 설치작품 10개는 전시기간이 끝났지만 올 연말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신인섭 기자

신세계 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앞 도로변에 등장한 곤포 사일리지로 만든 설치예술품. 아울렛 앞에 놓여진 설치작품 10개는 전시기간이 끝났지만 올 연말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신인섭 기자

이 설치 예술품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신세계 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앞 논에 설치됐다. 영어로 PEACE(평화) 글자를 만들고 주변에 흰 비둘기 모양을 둘러 완성했다. 글자 사이에는 틈을 만들어 미로 찾기 놀이를 할 수 있게 했다. 곤포 사일리지 440여 개가 들어갔다. 아울렛 매장 앞 도로변에는 ‘곤포 사일리지’ 44개로 만든 작품 10개가 전시되어 있다.

볏짚 곤포 사일리지로 만든 설치예술품 10개가 신세계 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앞 도로변에 전시되어 있다. 신인섭 기자

볏짚 곤포 사일리지로 만든 설치예술품 10개가 신세계 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앞 도로변에 전시되어 있다. 신인섭 기자

탄현면 내에 거주하는 예술인 30여명은 분야는 다르지만 ‘탄현 문화예술창작그룹’을 결성해 교류하고 있다. ‘곤포 사일리지’ 작품은 회화, 도예, 설치미술, 조각, 서예를 전공한 예술가 12명이 참가해 만들었다. 작품 설치는 지난 11월 4~5일 열린 제4회 삼도품 축제의 부대 행사로 마련됐다.

영어로 PEACE(평화) 글자를 만들고 주변에 흰 비둘기 모양을 둘러 완성했다. 글자 사이에는 틈을 만들어 미로 찾기 놀이를 할 수 있게 했다. 곤포 사일리지 440여 개가 들어갔다. 신인섭 기자

영어로 PEACE(평화) 글자를 만들고 주변에 흰 비둘기 모양을 둘러 완성했다. 글자 사이에는 틈을 만들어 미로 찾기 놀이를 할 수 있게 했다. 곤포 사일리지 440여 개가 들어갔다. 신인섭 기자

한승호 삼도품 축제준비위원장은 ‘평화의 들녘 화합을 품다’라는 주제로 설치물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곤포 사일리지’ 설치물 제작을 위해 “예술인, 농업인, 아울렛, 면사무소 한마디로 민·농·상·관(民·農·商·官)이 한 몸처럼 움직여 만들었다”고 했다. 농민은 축산사료 사용을 기다려주었고, 또한 트랙터를 이용해 설치장소까지 옮겨 주었다. 면사무소는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농민을 설득했고, 예술인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작품을 만들었다. 페인트 등 재료비와 운송 차량에 대한 유류비 지원은 신세계 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이 했다.

농민들이 트랙터를 이용해 곤포 사일리지 설치 작품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신세계 사이먼 파주 아울렛 앞 논에 만들고 있다. [사진 탄현문화예술창작그룹]

농민들이 트랙터를 이용해 곤포 사일리지 설치 작품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신세계 사이먼 파주 아울렛 앞 논에 만들고 있다. [사진 탄현문화예술창작그룹]

파주시 탄현면 내 다른 논에 있던 곤포 사일리지를 트럭을 이용해 설치장소인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논에 옮겼다. [사진 탄현문화예술창작그룹]

파주시 탄현면 내 다른 논에 있던 곤포 사일리지를 트럭을 이용해 설치장소인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논에 옮겼다. [사진 탄현문화예술창작그룹]

전시기간인 11월 30일이 지난 현재 글자 부분을 제외하고 비둘기 모양을 만든 곤포 사일리지는 사료 사용을 위해 옮겨졌다. 글자 부분도 조만간 옮겨질 예정이다. 신인섭 기자

전시기간인 11월 30일이 지난 현재 글자 부분을 제외하고 비둘기 모양을 만든 곤포 사일리지는 사료 사용을 위해 옮겨졌다. 글자 부분도 조만간 옮겨질 예정이다. 신인섭 기자

4일 현재 비둘기 모양은 사라지고 PEACE 글자만 남았다. 전시 기간인 11월 말이 지나 축산 사료로 사용됐다. 그러나 신세계 사이먼 파주 아울렛 주변에 설치된 작품은 가능하면 올해 말까지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 위원장이 전했다.

올해 첫 번째 시도였지만 가능성이 보여 “내년에는 좀 더 완벽한 준비를 거쳐 규모와 완성도를 키울 예정”이라고 한 위원장이 말했다. 종자가 다른 벼를 이용해 논에 그림을 그리는 ‘논 아트(논 ART)’는 경관 농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1993년 일본 아오모리 현미나미쓰가루 군(南津軽郡) 이나카다테무라 마을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우리 농촌에서도 볼 수 있다. 추수가 끝난  텅 빈 벌판에 ‘곤포 사일리지’를 이용한 작품 설치는 겨울철 구경거리로, 경관 농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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