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를 가르는 바퀴 앞, 농구공이 경쾌하게 튕겨 나간다. 현란하게 방향전환 하는 휠체어의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듯하다. 격한 파울에 휠체어가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바로 일어난다. 격렬한 몸싸움의 골 밑, 슛은 정확하게 림을 통과한다. 동작 하나하나가 역동적이다.
장애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휠체어 농구는 볼을 가진 채 3회 이상 휠체어를 밀고 가면 트래블링 반칙, 24초의 공격 제한 시간 등 비장애인 농구와 경기규칙이 같다. 코트 규격(가로 28m, 세로 15m)과 골대 높이(3.05m)도 동일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합팀 구성도 가능하다. 선수는 장애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데 이는 경·중증 선수들이 주전으로 동등하게 뛸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등급은 1.0에서 4.5이며 숫자가 낮을수록 장애가 심하다. 한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등급의 합이 14점을 넘어서는 안 된다.
지난 3일 대구실내체육관서 서울시청과 고양홀트의 ‘2017 휠체어 농구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2·3위 간 대결이다. 치열한 접전이 계속됐다. 쿼터당 한 두 점 차 스코어로 역전과 재역전이 이어졌다. 승부는 3쿼터에 갈렸다. 리그 3점슛왕 오동석 선수가 18점을 올리며 서울시청이 경기 흐름을 가져갔고 57:52로 승리했다. 올해 출범 3년째를 맞는 휠체어 농구리그는 5개 팀이 4개월간 팀당 12경기를 치룬다. 1·2위 팀이 챔피언 결정전(3판 2선승제)에 진출해 우승을 겨룬다.
이번 리그에서 2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서울시청팀은 지난 2010년 창단했다. 서울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소속으로 리그 5개 팀 중 유일한 실업팀이다. 선수 10명과 코치진 2명으로 구성됐다. 10명의 선수 중 6명이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시청팀에서 독일과 스페인 장애인 농구리그에 진출한 사례도 있다.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잘라낸 양동길 선수는 “사고 후 1년 정도를 좌절에 빠져 허송세월했다. 어릴 때부터 농구를 좋아했기에 그것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 거라 믿었다. 빠른 속도감과 치열한 몸싸움이 매력적이다. 팀의 젊은 피로 활력을 불어넣어 올해는 꼭 우승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어려움도 많다. 서울시청은 전용구장이 없어 수원 무궁화 전자와 같은 홈구장을 쓴다. 경기장 지원 시설도 부족해 선수들은 코트 한쪽에 짐을 놓고 그 옆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서울시 장애인 체육회 버스를 이용할 때도 있지만, 승합차 여러 대에 나눠타고 원정경기를 가기도 한다. 장비 정리는 물론 운전도 선수들이 한다. 서울시 장애인체육회 권익태 부단장은 “해외처럼 프로구단에서 체육 복지 차원으로 장애인 스포츠팀을 운영했으면 좋겠다. 서울시청팀을 제외하고는 전업 선수가 아닌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 운동하는 구조다.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시청은 리그 전승을 기록한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챔피언 결정전을 치른다. 그들의 마지막 승부는 오는 15일부터 3일간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진행된다.
사진·글·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