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부 예산안 지각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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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이 4일 내년 정부 예산안에 뒤늦게 잠정 합의했다. 법정 처리 시한(2일)을 41시간 넘긴 시점이다.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2014년 이후 법정 시한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국회는 5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표결 처리키로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ㆍ정우택 자유한국당ㆍ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40분부터 6시간 동안의 마라톤 협상 끝에 오후 4시 50분 예산안에 대한 잠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내년 공무원 인력 증원은 9475명으로 합의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이처럼 의견을 모았고 한국당은 유보 의견을 냈다. 당초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이라며 1만 2200명의 증원을 주장했고 국민의당은 "내근직과 현장 인력 재배치로 3351명을 더 줄일 수 있다"며 8870명 증원을, 한국당은 박근혜 정부 때 평균 수준인 7000명 증원을 고집했다. 민주당은 경찰ㆍ소방 인력 등 필수 소요를 감안해 1만 명 이하로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협상이 난항을 겪었지만 민주당이 결국 국민의당 안에 가깝게 물러서면서 잠정 합의안을 만들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업체의 부담분을 지원해주는 일자리 안정자금 2조9707억원은 내년에 한해 한시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기업에 세금으로 임금을 보전해주는 나라가 없다며 강하게 반대했었다.   결국 여야는 2018년은 정부 원안을 유지하되 2019년부터는 내년 정부의 재정 지원 규모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금 지원 방식 대신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지원키로 했다.

 ‘핀셋증세’로 논란이 됐던 법인세율 인상은 과세구간이 좁혀진다. 당초 정부여당안은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한해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것이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보다 1000억 원 높은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해 법인세율 25%를 적용하기로 했다. 법인세 인상에 반대했던 한국당은 유보 의견을 냈다.
 소득세율은 정부 원안이 유지된다. 과세표준 3억~5억원의 소득세율을 38%에서 40%로 2%포인트 인상하고 5억 원 초과에 대해선 40%에서 42%로 올리게 된다.

 아동수당은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 내년 9월부터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지급 대상은 2인 가족 기준, 소득 수준 90% 이하 만 0세부터 만 5세까지 아동이다. 기초 연금도 내년 9월부터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오른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후 “공무원 증원을 1만명 이하로 한 것은 굉장히 아쉬운 일이지만 야당이 전면적으로 부정한 상황 속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얻은 합의”라고 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아동수당이나 기초연금은 각당의 공통된 공약이지만 지방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도록 하고 공무원 증원을 9000명 수준에 막은 것”을 성과로 꼽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았다.
 박성훈ㆍ채윤경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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