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밖에서 찾은 무대

중앙일보

입력

자신의 오케스트라를 갖는 것. 모든 지휘자들의 꿈이다. 목동아파트 7단지 상가에서 자신의 음악실을 운영하고 있는 '산류(山流)선생'이란 별호를 가진 음악인 김원규(45)씨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 김씨에겐 다른 모든 지휘자들과 공통으로 겪는 문제가 있었다. 무대에 설 기회는 적고 함께 연주할 오케스트라는 드물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라는 것이 우리나라 전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그런 곳의 지휘자 자리를 기다리며 청춘을 헛되게 보내는 사람도 많지요."

단국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유서 깊은 명문 그네신 음대에서 지휘를 배웠다. 그 역시 다른 지휘자들처럼 자신에게도 차례가 올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30대를 보냈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방법으로는 쉽게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가 40줄을 넘긴 후의 일이다.

그는 자신이 지휘할 무대와 오케스트라는 스스로 만들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호음챔버오케스트라다.

호음챔버오케스트라는 20여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현악 오케스트라다. 김씨가 운영하던 인터넷 음악비평 사이트 '스트링앙상블'(http://violinen.com)을 통해 회원을 모았다.

"2001년 만든 스트링앙상블에서 저의 음악 이론에 공감을 하는 음악인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회원 수가 1000명이 넘어선 이후 이곳에서 오케스트라도 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죠."

그는 체면과 품위만을 따지다가 세월을 허송할 수는 없다고 음악인들을 설득했다. 한 명 두 명 음악인들이 김씨의 뜻에 호응을 해왔고 1년이 지나자 오케스트라의 구성이 끝났다. 이 오케스트라는 2003년부터 연주활동을 시작했다. 무대는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같이 번듯한 곳이 아니었다. 때로는 구청의 강당에서 또 때로는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연주를 했다. 그러나 그 반응은 단원들도 상상치 못할 정도로 뜨거웠다고 했다.

"충남 예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 100여명과 주민들 앞에서 연주를 했습니다. 처음엔 워낙 소란스러워 연주회를 제대로 끝낼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만 한 시간 쯤이 지나자 청중들의 자세가 달라졌다는 것을 등 뒤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뜨거운 환호 속에서 연주를 마친 후 이곳에서 또 다른 연주회를 약속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연주활동을 해온 김씨가 요즘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양천구의 젊은 음악인들을 중심으로 한 심포니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부터 가칭 '양천청소년심포니오케스트라'의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양천.강서지역의 청소년과 20대의 젊은 음악인들이 모집 대상이다.

"목동지역에는 음악인들이 많습니다. 요즘은 역량 있는 아마추어 음악인들도 많지요. 비록 관.현악기와 타악기등 모든 악기를 망라하는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벌써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구요."

그는 빠른 시일내 지역 주민 앞에서 창단 연주회를 열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문의 02-2653-2728, 011-324-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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