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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돌고래호 사고 유가족 대표 “해경 대응 2년 전과 똑같이 허술하고 느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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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9월 5일 발생한 제주 추자도 돌고래호 침몰사고 유가족들이 희생자 시신이 운구된 전남 해남의 모병원 장래식장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 2015년 9월 5일 발생한 제주 추자도 돌고래호 침몰사고 유가족들이 희생자 시신이 운구된 전남 해남의 모병원 장래식장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해경이 사고 발생 33분 뒤에야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는 것은 비상대기조가 없었다는 의미다. 해경의 구조시스템은 2015년 돌고래호 사고 이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2015년 돌고래호 침몰로 처남 잃은 최영태씨 인터뷰 #“2년전처럼 해경 사고 접수 후 30분 뒤에서야 도착” #“비상대기조 있었으면 10분이면 사고해역 도착 가능" #"해경 구조시스템 하나도 개선 안돼” #“입기 쉽고 물에 잘 뜨는 재질로 구명조끼 개선해야” #

2015년 돌고래호 침몰사고로 처남 이경용(당시 50세) 씨를 잃은 최영태(62) 씨는 지난 3일 인천 영흥도에서 발생한 낚싯배 추돌사고를 보며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졌다. 사고 발생 당시 최씨는 돌고래호 사고 가족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최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경에 비상대기조가 있었으면 사고 신고 접수 10분이면 사고 해역에 도착할 수 있는 짧은 거리였다”며 “바다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10분을 넘어가면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번에도 해경은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돌고래호 침몰사고는 2015년 9월 5일 제주 추자도 해역에서 해남 남성항으로 향하던 돌고래호가 악화한 기상으로 침몰한 사고로 13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했다. 생존자는 3명에 불과했다.

지난 3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크레인 선박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인 선창1호를 인양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3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크레인 선박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인 선창1호를 인양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로부터 불과 2년여 뒤인 지난 3일 인천 영흥도에서 9.7t급의 낚싯배와 336t급의 급유선이 충돌해서 낚싯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낚싯배에 타고 있던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7명은 구조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2명은 실종 상태다.

최씨는 돌고래호 사고 이후 해경의 구조시스템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돌고래호 사고 때에도 사고 신고 후 30분이 지나서야 해경이 수색을 시작했다”며 “이번 영흥도 사고에도 해경은 사고 접수 후 33분 뒤에서야 사고 해역에 도착해 수색을 시작했다.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실제 해경은 지난 3일 오전 6시 9분 첫 신고를 받았고 해경 구조선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6시 42분이었다. 구조선 이동거리가 1.85㎞로 짧았기 때문에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신고 후 실제 구조선이 출동한 시각은 13분이 지난 3일 오전 6시 26분이었다. 최씨의 주장대로 비상대기조가 없었다는 말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대목이다.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낚시배 전복 사고가 발생한 지난 3일 오전 사고자 가족이 경기 시화병원으로 급히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낚시배 전복 사고가 발생한 지난 3일 오전 사고자 가족이 경기 시화병원으로 급히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는 해경의 구조시스템 개선을 위해서 이번 사고 신고부터 수색에 나설 때까지 일지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5년 돌고래호 사고 당시 구조에 나선 어선 27척의 항해일지를 공개하라고 했지만, 정부는 구조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다”며 “수색 당시 조명탄을 쏘지도 않았고, 기상관측센터에서 풍속도 계산을 잘못해 낚싯배가 침몰한 지점 계산도 틀렸다. 이런 점을 공개하지 않고 쉬쉬한 탓에 해경 구조시스템은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낚시꾼들이 입는 구명조끼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낚시꾼들이 입는 구명조끼는 티셔츠처럼 입는 형태인데 무거운 데다가 물에 빠지면 잘 뜨지 않는 재질이다”며 “낚시꾼들이 입어도 갑갑하지 않고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는 구명조끼로 디자인과 재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구명조끼를 개선한 뒤 이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아무런 보상을 해주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으면 어떠한 사고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고 법제화하면 낚시꾼들이 구명조끼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된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구명조끼에 대해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규제 조항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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