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리온, 산림헬기 재탄생···시속 240㎞, 기존헬기보다 1.6배 빨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AI 김조원 사장 “MRO사업해야 항공산업 살아...내년 1월 결론날 것"

검찰 수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각종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조원 KAI 사장 취임 한달 '경영 정상화' 박차 #"MRO 사업 매우 긍정적으로 진행" #미공군 APT 사업 "지나친 저가 수주 곤란"

김조원 KAI 사장이 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KAI]

김조원 KAI 사장이 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KAI]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조원 사장은 지난 1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항공정비사업(MRO)을 해야 항공부품 산업이 살고, 항공산업이 한국 제조업의 주축으로 우뚝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사천시와 KAI는 대단히 긍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국토교통부는 국가 정책사업의 일환으로 항공기정비(MRO·Maintenance/Repair/Overhaul)시행자를 선정하기 위해 지난달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현재 사업지 선정을 두고 사천(경남)·인천·충주(충북) 등이 막바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 제작현장. [사진 KAI]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 제작현장. [사진 KAI]

 KAI는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 기체를 모델로 한 ‘수리온 파생형 헬기사업’도 소개했다. 수리온은 감사원으로부터 체계결빙 문제, 즉 일정한 수분이 있는 영하 30도 환경에서 30분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납품이 중단됐었다. 그러나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수리온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납품 재개를 결정했다.

 김 사장은 “지난주부터 지속적으로 납품이 되고 있고 내년에도 육군을 비롯해 군과 관에 약 30여 대가 납품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리온은 체계결빙 능력에 대한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지난달 미국 미시건 시험장으로 이송돼 재검사에 들어간 상태다.

수리온 산림헬기가 인공 저수지에서 물을 빨아올리고 있다. 한 번에 2000L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이소아 기자

수리온 산림헬기가 인공 저수지에서 물을 빨아올리고 있다. 한 번에 2000L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이소아 기자

 KAI는 이날 수리온 기체를 모델로 만든 산림헬기를 처음 공개했다. 산림청은 정부 기관 중 가장 많은 45대의 헬기를 운용중이지만 모두 외국산이다. 내년 4월 납품 예정인 수리온 헬기가 첫 국산 헬기가 될 전망이다. 계약금액은 205억원(1대)이다.

 산불 진화 시범에 나선 오렌지빛 산림헬기는 인공 저수지에 다가오더니 정확한 지점에 멈춰 호스를 내리고 물을 빨아올리기 시작했다. 약 50초 만에 2000L의 물을 빨아올려 기체 아래의 배면물탱크에 저장한 뒤 비행하며 물을 살포했다.

 진화 범위에 따라 총 4개의 수문(door)을 열고 닫으며 쏟아붓는 물의 양을 조절했다. 기존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KA-32)의 경우 최대 비행속도가 시속 148㎞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리온 산림헬기는 물을 가득 싣고도 시속 240㎞으로 비행할 수 있다. 물을 싣지 않으면 시속 270㎞의 속도를 낸다.

수리온 산림헬기가 물을 투하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수리온 산림헬기가 물을 투하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이날 헬기를 조종한 강승철 시험비행 기술사는 “수리온 산림헬기는 수리온 특유의 자동비행항법장치(AFCS)가 탑재돼 마치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처럼 화재 지역을 설정하면 스스로 비행해 물을 뿌리고, 3D화면으로 지형지물을 보여주기 때문에 비상 사태에서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AI는 산림헬기 1대를 비롯해 경찰헬기 5대, 소방헬기 1대, 해양경찰헬기 2대 등 총 9대의 수리온 파생헬기를 계약·생산 중이다.

 KAI는 향후 다양한 수리온 파생형 헬기 라인업을 구축해 정부기관별로 외국산 헬기 의존도를 줄여갈 방침이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미국 차세대 고등훈련기(APT·Advanced Pilot Training) 수주전은 일단 사업자 선정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져 다소 여유가 생겼다.

 입찰전은 KAI가 속한 록히드마틴 컨소시엄과 보잉 간 경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을 따 내면 KAI와 록히드마틴이 공동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미 공군의 훈련기로 납품하게 된다.

초음속 고등 훈련기인 T-50 제작현장. [사진 KAI]

초음속 고등 훈련기인 T-50 제작현장. [사진 KAI]

 김 사장은 “APT는 냉정히 말하면 록히드마틴의 사업이고 우리는 협력업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파트너 관계지만 ‘비행기 단가를 더 낮춰보라’는 록히드마틴과 ‘저가 수주는 안 된다’는 KAI 간 신경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사장은 “내년 2~3월 중 숨 가쁘게 (제안가 결정 등) 내부 절차가 진행되고 이후 계약이 성사될 것 같다”며 “록히드마틴 측은 끝없이 가격양보를 요구하고 우리는 방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행기 원가) 최저가가 100원인데 97원, 95원으로 가면 배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줄이고 줄이면 얼마까지 낮출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밤에 잠이 안 온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각에선 KAI가 입찰 제안가를 낮추기 위해 협력업체에게 단가 인하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김 사장은 “최저임금 문제도 있는데 협력업체를 더 이상 쥐어짤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내년 사업계획과 관련해선 “매출의 60%가 해외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인데 각 나라별로 정권교체 등 민감한 변수들이 많아 (판매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을지, 도전적으로 해 볼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KAI는 검찰 수사로 중단됐던 아르헨티나와 보츠와나의 FA-50(경공격기) 수주, 필리핀 FA-50 12대 추가 수출, 인도네시아 수리온 수출을 재개하고, 이라크와 계약한 FA-50 수출 계약을 마무리 중이다.

 김 사장은 “각 건별로 (수출이) 확실시되거나 최소 50% 이상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민수분야 역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악조건이 있지만 매출 1조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천=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