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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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수길<정치부 기자>]뿌린 대로 거두고 결자 해지 라더니 정부·여당이 년 초부터 안정기조 회복에 명심해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미 행정부 쪽에서는 매번 추가할 것도 별로 없는 거의 똑같은 내용의 물가안정대책을 거듭해서 발표해 왔고, 그것만으로는 안되겠던지 3, 4일 이틀간은 고위 당정협의에 이어 노태우 차기대통령 주재의 당정협의로 격을 높여 안정에 대한 정부·여당의 의지를 보이려고 노력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선거를 앞두고 특히 지난해 말에 집중적으로 풀려나간 시중통화들, 선거 직전 증권사들에 특별담보 대출이라는 뒷돈까지 대줘가며 열심히 떠받치던 주가, 새 만금간척사업·서해안 고속도로 등 특정지역에 집중되던 공약사업, 결국 1회용 주사로 끝나고 말 것이 거의 확실한 14%의 추곡수매가 인상….
선거열기에 휩쓸린 나머지 나사가 풀렸던 위와 같은 일들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물가상승, 주가 폭등, 부동산투기, 여간해서 잡히지 않는 농산물가격 등의 결과를 현실로 가져다 주고 있다.
물론 최근의 이 같은 불안요인들이 애오라지 선거 탓만은 아니다.
아직 성숙되지 못한 자본시장의 여건이 무분별한 투기성 장세를 불러오는 큰 요인이며, 통화 증발은 경상수지 혹자로 설명되는 부분도 크다.
또 계속되는 활황으로 도매물가의 상승을, 사람값이 제대로 치이기 시작하는 선진형 물가구조에의 이행으로 소비자물가의 상승을 각각 풀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총선 때까지는 주가를 안심할 수 있다』는 요즈음의 경험적 투자심리를, 늘어난 통화량과 흑자 분의 엄청난 차이를, 농산물 값을 비롯한 전반적인 가격보상 심리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선거밖에 없다.
어쨌든 요즈음 정부·여당의 안정기조 회복 노력은 그것이 진심으로 앞날을 걱정해서든, 5공화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든 매우 절실하고 의당 있어야할 일이다.
다시 한번 다짐해야 할 것은 안정은 사후 관리보다 사전 단속이 훨씬 손쉽고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김수길<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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