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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 '대북 협상파' 틸러슨에서 '매파' 폼페이오로 바뀌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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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수주 내로 경질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종종 갈등을 빚었던 틸러슨의 경질설은 몇달 전부터 꾸준히 흘러나왔지만, 미국 주요 매체가 일제히 경질설을 보도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백악관은 보도를 부인했다.

NYT 등 주요 외신 “"틸러슨 수주내 경질” #폼페이오 CIA국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 #백악관은 보도 부인 “인사 발표는 없다” #틸러슨은 대북 대화 강조하는 협상파 #폼페이오, 전쟁 가능성 거론한 매파 #교체 땐 백악관 협상파 입지 좁아질 듯

이날 NYT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수주 내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마이클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선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CNN방송도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하며 “백악관이 몇 달 안에 틸러슨을 폼페이오로 교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차기 CIA 국장으로는 안보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를 지지해왔던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아칸소)이 낙점됐다. 워싱턴포스트(WP)도 백악관 고위 관료를 인용해 틸러슨 경질설과 폼페이오 차기 국무장관설을 보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확고한 지지자인 코튼이 폼페이오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클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클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대북 협상을 강조해 온 틸러슨이 경질될 경우 미 정부 내에서 대북 협상파의 입지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 등 강한 수사를 서슴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틸러슨은 꾸준히 북한에 “체제를 보장하겠다”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던져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틸러슨을 향해 “렉스, 기운을 아껴라. 우린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며 “지난 25년 동안 로켓맨(김정은)을 잘 대해주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지금이라고 효과가 있겠느냐”고 틸러슨의 대북 협상 노력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은 갖가지 사안에서 번번이 충돌했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의 이란 문제 대응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는 등 견해 차이를 보였다.
WP는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을 완전히 주류 기득권으로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간의 불화설을 제기했다.

틸러슨도 8월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개인의 생각을 말하는 것일 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8일엔 인도 ‘세계 기업가정신 정상회의’에 미국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에게 틸러슨이 국무부 고위급 인력을 지원하지 않아 백악관이 모욕감을 느꼈다는 보도도 나왔다.

새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폼페이오는 기갑부대 장교 출신으로 미 행정부에서 대표적인 ‘매파’로 꼽힌다.
폼페이오는 지난달 한 강연에서 “북한의 핵 능력이 정점에 이르렀으며 미국은 북한이 마지막 단계를 밟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군사력에 의해서라도 김정은이 미국을 위험에 처하게 할 그런 능력을 갖지 못 하게 하겠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해 왔다”고 대북 군사행동 카드를 내비쳤다.

폼페이오는 지난 5월 의회 청문회에선 “(한반도는) 위협에 직면한 화약고 같은 상황으로 재래식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전쟁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일련의 보도에 대해 백악관은 틸러슨 장관이 국무부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이 ‘렉스는 여기 있다’고 말했듯이 이 시기에 인사 발표는 없다”며 “틸러슨 장관은 계속 국무부를 이끌 것이며 전 내각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트럼프 행정부 첫해를 마무리하는 데 진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바레인 왕세자를 접견하는 중 틸러슨 장관 경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그는 여기 있다. 렉스는 여기 있다”라고만 짤막하게 답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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