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한 미사일, 가장 진전됐으나 기술 입증되지 않아”…트럼프와 이틀 연속 통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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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은 어제(11월 29일) 정부 성명을 통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완결 단계에 도달했고, 핵무력 완성을 실현하였다고 선언했다”며 “우리 정부는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ㆍ미 정상, 취임 후 7번째이자 이틀 연속 통화 #지금까지 가장 긴 60분간 통화해 북한 문제 논의

그러면서도 “어제 발사된 미사일이 모든 측면에서 지금까지의 미사일 중 가장 진전된 것임은 분명하나 재진입과 종말 단계 유도 분야에서의 기술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며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뒤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북한이 핵ㆍ미사일 기술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저지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이를 폐기토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북한이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신형 미사일을 발사한 뒤 5시간 만에 20분 간 통화했던 두 정상은 이날 60분 동안 통화를 했다. 취임 후 일곱 번째로 이틀 연속 통화는 처음이고, 통화 시간도 이번이 가장 길었다. 전날 두 정상이 “각자 추가적으로 (북한 도발의 내용을) 평가해 대응 방안을 검토한 뒤 이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에 후속 협의를 갖자”고 합의한 만큼 이날 전날보다 더 많은 대화가 오간 것이다.

두 정상은 “북한이 스스로 핵ㆍ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기 위한 대화에 나올 때까지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 기조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며 “한ㆍ미가 동맹국으로서 긴밀한 공조 하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을 최대한 강화하는 노력도 함께 해나가자”고 공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우리 군의 즉각적인 대응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직후 우리 육ㆍ해ㆍ공군은 지대지, 함대지, 공대지 3종류의 미사일을 각각 발사하는 정밀타격 훈련을 실시했다”며 “나는 이를 사전에 승인해 두었는데, 이는 북한에게 도발 원점에 대한 우리의 타격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ㆍ미 양국이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토대로 북한에 대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보여주는 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오판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적극 추진 중인 미국산 첨단 군사장비 구매 등을 통해 자체 방위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산 획득을 위한 협의를 개시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지시를 친필명령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사진은 화성-15형 시험발사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지시를 친필명령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사진은 화성-15형 시험발사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노력을 평가한다”며 “확고한 한ㆍ미 연합방위태세를 토대로 한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기반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위협에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첨단 군사자산 획득 등을 통해 방위력 강화를 이루려는 한국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미국의 굳건한 대한방위공약을 재확인한다”고도 했다.

내년 2월 개최되는 평창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필요성에 두 정상은 공감을 했고, 문 대통령은 “평창에 미국의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결정했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이에 대해 깊이 감사하다”며 “미국의 이런 결정이 조기에 공표된다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세계 각국에 안전한 올림픽에 대한 확신을 주고, 북한에도 확고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고위급 대표단의 파견 결정을 문 대통령이 직접 IOC에 전하는 것도 좋다”고 화답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이날 오후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정 실장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석자들은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평가와 함께 대응방안을 논의했고, 평창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외교ㆍ안보 현안에 관해서도 대화가 오갔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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