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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수 끝에 대법관 문턱 넘은 민유숙 후보자는 누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명수 대법원장이 28일 대법관 후보로 제청한 민유숙(52‧사법연수원 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5년간 4수 끝에 대법관 후보로 지명됐다.

5년 전부터 네 차례 대법관 후보에 #재판연구관 5년의 실력파 법관 #남편은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

처음 대법관 후보로 거론된 건 2012년 7월 임기를 마친 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전 대법관의 후임자 인선 과정에서였다. 당시 대전고법 부장판사였던 민 후보자는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 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60여 명의 대법관 후보 천거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여성 현직 고법 부장은 민 후보자를 비롯해 총 4명이었다.

대법관에 제청된 안철상 대전지법원장(좌)과 민유숙 서울고법 부장판사(우) [사진=대법원 제공]

대법관에 제청된 안철상 대전지법원장(좌)과 민유숙 서울고법 부장판사(우) [사진=대법원 제공]

민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민사 조장을 지낸 실력파다. 2007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맡았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13명의 최종 추천 후보군에도 들었다. 하지만 기수가 낮아 제청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5년 7월 민일영 전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된 27명의 후보군에서 민 후보자는 유일한 여성 후보로 포함됐다. 이때에는 최종 3배수 후보군에 들지 못했다.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법관’ 이른바 ‘서오남’의 장벽이 높았다.

지난 5월 이상훈‧박병대 전 대법관의 후임자 인선에서도 민 후보자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천거 대상 36명 중 여성은 4명이었다. 대법관후보추천위가 꼽은 8명의 추천 후보군에 박정화 서울고법 부장, 김영혜 변호사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박정화 고법 부장이 최종 제청 대상으로 지명됐다.

이번에 후보군에 올랐을 때만 해도 법조계에선 민 후보자의 지명 가능성을 낮게 봤다. 민 후보자의 배우자가 야당인 국민의당의 문병호 제2창당위원회 부위원장이란 점도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데 작용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학과에 재학 중 만나 결혼에 이른 ‘캠퍼스 커플’이었다.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의 배우자인 문병호 국민의당 제2창당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의 배우자인 문병호 국민의당 제2창당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전직 국회의원인 문 부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물고 늘어지며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한 중견 판사는 “대법원장의 성품상 정치적으로 좌고우면할 분은 아니지만,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의중을 의식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빗나갔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가 추천한 9명의 후보 중 안철상 대전지법원장과 함께 민 후보자를 선택했다. 민 후보자의 주변보다 그의 경력과 자질을 높이 샀다는 게 법원 내부의 평가다. 추천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심사 과정에서 민 후보자의 배우자의 이력이나 정치 성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하면 인사청문회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날 민 후보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민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있으니 잘 준비하겠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다”는 짧은 메시지를 통해 소감을 대신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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