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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음 권하는 '사발식' 이제그만 "이젠 쿨~하게 마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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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취하되 비틀거리지 말고, 비틀거리되 쓰러지지 말고, 쓰러지되 무릎 꿇지 말고, 그러다 무릎 꿇으면 얼굴을 가려야 됩니다."

24일 오후 강원도 홍천군 대명비발디 콘도. 2000여 명의 동국대생 앞에서 개그맨 김제동씨가 특유의 넉살을 부리며 절제된 음주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OT는 '오버이트하고 토하고', MT는 '마시고 토하고'의 줄임말이 아닙니다. 술을 적당히 즐길 줄 아는 지혜를 대학 신입생 때부터 배워야 합니다." 김씨의 재담이 이어지자 학생들이 폭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대학의 '폭음문화'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동국대가 새내기 배움터(오리엔테이션)에서 '쿨 드링커(Cool Drinker)'캠페인을 벌였다. 쿨 드링커는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디아지오코리아가 함께 벌이고 있는 건전 음주문화 정착 캠페인이다.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주량 측정법, 건전한 술자리를 위한 철칙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소책자를 받았다. 물리학과 신입생 임진웅(19)군은 "평소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 몰랐는데 측정법대로 해보니 소주 5잔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이 선을 지켜가며 마셔야겠다"고 말했다. 학생회도 1인당 소주 한 병이 되게끔 술을 준비하고 개별적인 술 반입을 금지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무조건 마시는 것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선후배 간의 대화를 유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법학과 신입생 최원진(19)양은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져서 걱정이었는데 이런 캠페인을 벌이니 안심이 된다"며 웃었다. 행사를 마친 뒤 주최 측이 신입생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내년에 후배들에게 '사발식'(큰 그릇에 술을 부어 한번에 마시는 행사)을 진행하겠느냐"는 질문에 57.1%가 "하되 후배들이 싫어하면 강권하지 않겠다", 33.6%는 "나쁜 문화이므로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홍천=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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