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 살겠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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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탕, 탕.』
난데없는 총성이 대낮 시가의 혼잡을 꿰뚫었다.
『부르릉, 왱-」.』
흰색 포니 1대가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뒤좇는 1백25cc 짜리 오토바이.
그러나 2명의 경찰관이 탄 낡은 오토바이는 서울 도곡동 네거리쪽으로 달아나는 포니의 종적을 8백m 못 가서 놓치고 터덜터덜 돌아봤다.
25일 하오1시45분 국민은행 대치동지점 앞길-.
도난차량으로 수배된 「서울2머2264 흰색 포니Ⅱ」를 발견한 방범대원의 보고를 받고 파출소에서 2명의 경찰관이 출동, 검문하려다 차에 탄 두 청년이 차를 몰고 달아나는 바탕에 대낮 도심에서 벌어진 총격 추격전.
추격에 실패한 경찰관으로부터 강남경찰서에 사건발생이 보고된 것은 하오1시48분.
경찰은 서울시경 상황실을 통해 즉각 시내 전역에 차량수배령을 내렸고 현장에 형사대가 출동했으나 그때는 이미 청년들이 한길에 핏자국이 남은 차를 버리고 종적을 감춘 뒤. 경찰은 하오3시쯤에야 현장에서 불과 1.3km 떨어진 곳에서 버려진 차를 발견했다.
서울시경이 범죄신고 즉시출동(C-3)제도를 운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지난해11월 중순. 그러나 이날의 불시점검(?) 결과는 「신고접수 후 5분 이내에 현장도착」목표와는 거리가 멀었다. 최근 실태점검결과 20분이 넘어 현장에 도착하는가 하면 아예 출동조차 하지 않은 경찰서도 있었다는 보고가 사실로 확인됐다.
『대낮에 시내 한복판에서 총성이 울리고, 달아난 승용차는 잡지도 못했다니 도대체 시민들이 불안해 살겠읍니까.』
나중에야 느닷없는 총성영문을 알게된 시민들은 하나같이 불안한 표정이었다.

<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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