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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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리스신화에서는 신들의 스캔들이 로맨스로 미화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간세상에서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불륜을 그들은 서슴없이 저지른다.
그 가운데서도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모든 남신들을 뇌쇄시키는 가장 아름다운 여성미를 지닌 「아프로디테」의 남편은 남신중에서도 가장 못나고 절름발이인 「헤파이스토스」(대장장이신)다.
그녀는 남편의 눈을 속여 「아레스」(군신)와 사랑을 즐기다가 남편이 쳐놓은 구리철사 거미줄에 갇혀버린다.
「헤파이스토스」는 모든 신들을 불러다 아내의 불륜현장을 목격하게 한다.
「아프로디테」의 눈부신 나신을 본 「아폴도」(태양의 신)는「헤르메스」(목축·상업의신)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속삭였다.
『설령 그물에 걸리더라도 저 「아레스」가 부럽기 짝이 없다』.
우리의 「처용 세화」도 그런 점에서는 유머가 있다.
『동경 밝은 달에 밤들어 노니다가/들어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어라/ 둘은 내해였고, 둘은 누구핸고/본디 내해다 마는 빼앗는 것을 어찌 하리오.』
아내의 간통현장을 목격한 처용은 마땅히 『본디 내것인데 누가 감히 빼앗는가』라고 호통을 쳐야 할텐데, 그는 『어찌하리오』라고 한탄만 한다.
이것을 국문학자들은 굿 또는 연극적 풀이로 해석한다.
꼭 신화나 세화의 세계가 이니더라도 로맨스와 스캔들은 종이 한장 차이인지도 모른다.
가령 20세기 최대의 로맨스라고 회자(회자)된 영국의 「에드워드」8세와 「심프슨」부인의 사랑도 시각에 따라서는 스캔들일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네 세태를 보면 그런 로맨스나 스캔들을 따지기 이전의 창피하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난다.
50대 유부녀가 20대초반의 총각과 정을 통하고, 그것이 화근이 되어 유부녀의 남편이 「폭약선물」을 보내 사람을 다치게 했다.
엊그제는 또 70대 노인이 50대 여인과 이엄동에 이른바 「야외정사」중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었다.
어떻게 보면 모두 「노년」을 슬기롭게 사는 지혜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굳이 공자나「링컨」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아름답게 늙는 지혜는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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