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버리는 대신 얻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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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6강전> ●커제 9단 ○안성준 8단

10보(158~169)=바둑에는 '사석작전(捨石作戰)'이라는 독특한 전술이 있다. 접전이 벌어졌을 때 아군의 일부를 버림돌로 내놓아 상대가 이를 잡도록 강요하는 작전이다. 내 돌을 버리는 대가로, 바깥에 외세를 쌓거나 그 이상 실리를 확보할 수 있을 때 이 작전을 쓴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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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을 보자. 앞서 ▲로 치중한 흑이 159, 161로 자꾸만 돌을 키운다. 지금 가일수(加一手)한다고 해서 당장 흑이 우하 백마를 잡을 방도는 없다. 그런데도 자꾸만 사석의 덩치를 키우는 흑의 속내는 뭘까.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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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의 목적은 돌 석 점을 활용해 백의 영토를 지우는 것이다. 만약 흑이 가일수하지 않고 백을 내버려 둔다면, 백은 대여섯 집을 내고 살 수 있다. 하지만, 흑이 석 점을 버림돌로 활용했기 때문에 '참고도'처럼 흑1 내려서면 '빅'이 난다. '빅'은 어느 쪽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텅 빈 영토와 마찬가지다. 흑 입장에선 석 점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백도 사석작전에 나섰다. 죽은 거나 다름없는 좌하귀 백마(△)에 164, 168로 가일수했다. 이 또한 사석을 키워 실리로 득을 보려는 움직임. 흑은 좌하귀 백마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자신의 집을 메워야 한다. 상대가 알아서 자기 집을 줄여나가니, 백으로선 사석작전을 쓴 보람이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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