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홍종학 임명 강행 … 협치 실종의 후폭풍이 걱정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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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정부 출범 195일 만에 내각이 완성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없었기에 최장기 조각은 이해한다 쳐도 국회 청문보고서 미채택 최대 임명, 차관급 이상 낙마자 동률 등 각종 불명예 기록을 남겨야 했던 까닭이다.

이 정부가 지난 보수정권의 10년 적폐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하고 있기에 그런 기록들을 그저 수치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더욱 어렵다. 적폐란 것이 권력 남용의 후유증으로 쌓이는 것이고, “나만 옳다”는 오만이 권력 남용의 자리를 만들며, 권력의 주체가 사람인 만큼 모든 적폐의 출발점이 곧 ‘인사’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1명, 이명박 정부 3명, 심지어 불통이 가장 큰 문제였던 박근혜 정부도 4명이었던 청문보고서 미채택 장관급 인사(초기 내각 기준)가 이 정부에서 5명이나 된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인사청문회 제도를 유명무실화하는 오만한 권력 남용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인사 검증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이 사과나 유감 표명조차 한마디 하지 않고, 대선공약이었던 인사 5대 원칙을 하나도 지키지 못한 문 대통령이 “‘반대가 많았던 장관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는 가설” 운운하는 것은 ‘반대는 곧 적폐요 청산 대상’이라는 오기의 발로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이 정부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들이 발목을 잡는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많은 국민이 내각 인사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기왕 완성된 내각에 딴죽을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각료 각자가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국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홍종학 장관 임명 강행에 따른 후폭풍은 각오해야 한다. “더 이상 협치는 없다”며 향후 예산과 입법안, 헌재소장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는 야당과의 갈등 해소도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