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가베는 물러났지만… 아프리카 독재자 수두룩하다

중앙일보

입력

=

=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했다. 37년 간 철권 통치로 만족 못해 '부부 세습'까지 노렸던 최고령 독재자는 군부 쿠데타에 이어 의회 탄핵 절차까지 개시되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적도기니·카메룬·콩고공화국·우간다 등 #30년 이상 장기집권 독재자만 4명이나 돼

그러나 무가베는 아프리카의 흔한 장기 독재자들 중 한명이다. 비정부기구인 인권재단(Human Right Foundation)에 따르면 아프리카에는 현재도 무가베처럼 30년 이상 장기 집권한 지도자만 4명이 있다. 이들의 집권 기간을 다 합치면 137년에 이른다. 이들의 면면을 다시 확인해본다.

=

=

 ◆테오도르 오비앙 응게마(75) 적도기니 대통령=79년 유혈 쿠테타로 폭정을 휘두른 프란시스코 마시아스를 축출했다. 그러나 새 출발을 선언했던 응게마 역시 전철을 밟았다. 현재 적도기니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반민주적인 국가로 간주된다. 의회는 집권당인 적도기니 민주당과 그 추종 세력이 장악했고, 반대파 정치인들은 추방·투옥·살해됐다. 2003년 국영 라디오 방송은 그를 “절대자와 영원한 계약을 맺은 전지전능한 국가의 신”이라 불렀다. 스스로도 ‘엘 제페(El Jefe·보스)'라 칭하며 숭배를 강요한다. 그 역시 자신의 아들인 테오도린 응게마 오비앙을 유력 후계자로 밀고 있다.

 ◆폴 비야(85) 카메룬 대통령= 35년째 장기집권 중이다. 그도 전임자를 몰아내고 절대 권력을 확립했다. 다만 쿠데타 등 일반적인 형식과는 좀 다르다. 독립 카메룬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아마두 아히조는 82년 장기 집권 뒤 퇴임하면서 비야를 권좌에 앉혔다. 자신은 집권당인 카메룬국민민주운동(CNU)의 의장으로 남아 섭정할 수 있도록 비야를 허수아비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비야는 간섭에서 완전히 벗어나 국정을 장악했고, 이듬해엔 아마두에게 반역 혐의를 씌워 추방했다. 부정선거를 통해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그가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죽을 때까지 권력을 놓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그는 만일을 대비한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퇴임한 뒤에라도 자신이 기소될 수 없도록 헌법을 개정한 것이다.

관련기사

 ◆ 드나 사수응게소(73) 콩고공화국 대통령=79년 대통령에 선출된 뒤 선거에 패배해 잠시 밀려난 5년을 제외하고 33년째 집권 중이다. 다시는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헌법에 손을 댔기에 가능했다. 원래 콩고공화국 대통령 입후보 자격은 70세까지로 제한됐다. 임기도 7년 중임으로 한정됐다. 그러나 2015년 그는 개헌안을 투표에 부쳐 통과시켰고, 지난해 72세에 재출마해 3선에 성공했다.

쿠데타에 성공한 짐바브웨 군인들이 수도 하라레 거리를 지나가는 가운데 시민들이 무가베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손을 치켜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쿠데타에 성공한 짐바브웨 군인들이 수도 하라레 거리를 지나가는 가운데 시민들이 무가베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손을 치켜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 요웨리 무세베니(73) 우간다 대통령= 31년째 우간다를 통치하고 있는 무세베니 대통령은 아프리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집권 전엔 극도의 인권 유린을 자행한 최악의 독재자 이디 아민에게 대항해 저항군을 이끌었고, 86년 취임한 뒤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경제발전 모델을 채택해 고속 성장을 이뤘다. 한때는 ‘아프리카의 빅맨(Big Man)’이라고 칭송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그는 권위적 지도자로 돌변했다. 2005년 7월 형식상의 국민투표로 3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한 개헌안을 통과시켜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대대적인 야당 탄압도 시작됐다. 2006년 포린폴리시엔 그가 반대 세력인 아콜리족 200만 명을 강제수용소에 끌고 가는 등 극비리에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무세베니는 5선에 성공했다. 최근엔 우간다 집권당인 국민저항운동(NRM)이 그의 종신 집권을 위해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75세 이상은 대통령에 입후보할 수 없다는 헌법 규정을 개정하려는 것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무세베니는 차기 대선이 열리는 2021년엔 77세가 되어 대권에 도전할 수 없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