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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생명 탄생의 비밀 찾아 30억년 시간 여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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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10월 출간된 신간 중 세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온난화 주범이 된 이산화탄소 #5400만년 전 ‘생명체 빅뱅’ 기여 #억겁의 세월 쌓인 우주의 신비 #과학으로 밝힌 것은 극히 일부

모든 것의 기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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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기원
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책세상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어떻게 여기로 왔는가? 이 질문을 던진 지은이는 종교인도, 철학자도, 사춘기 청소년도 아니다. 미국 예일대 지구물리학 교수로 행성물리학자다. 지은이는 인류의 학문적 성과를 모아 이 물음에 답한다. ‘천지창조’부터 현재에 이르는 우주와 태양계, 지구와 생명, 인류와 문명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지은이가 학부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세미나가 바탕이라 비교적 쉬운 편이다.

그중 우리 눈에 보이는 지구와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부담 없이 다가온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를 46억 살 정도로 추산한다. 지구의 탄생 시기는 우주에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지 90억 년쯤 지난 뒤라고 한다.

그런 지구에서 생명체가 처음 나타난 건 30억 년 전이다. 시작은 단세포 생물이었다. 6억4000년 전까지 지구는 단세포의 전성시대였다. 그 뒤 다세포 생물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러 세포가 모여 군집을 이루는 게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생물의 이런 본능은 인간의 삶에도 적용된다. 바깥쪽 세포는 태양에너지 흡수에, 안쪽 세포는 에너지보다 영양분과 물을 흡수하는 데 각각 집중했다. 이렇게 역할분담을 하고 서로 얻은 것을 순환하면 더욱 효율적인 생존이 가능하다.

초기 다세포 생물은 미생물 수준이었다. 약 5400만 년 전에 바다 밑에서 식물과 동물이 폭발적으로 생겨났다. 지질학적으로 캄브리아기에 생겨 ‘캄브리아 폭발기’라 부른다. 과학자들은 화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것이 주된 원인이라 본다. 이산화탄소는 물과 함께 생명의 매개체다. 우선 지면에 복사된 적외선을 흡수했다. 이를 통해 지구에 도달한 태양에너지가 우주로 달아나는 것을 막았다. 이런 작용이 없다면 지금 지구 표면 온도는 20도는 더 낮았을 것이라는 게 지은이의 설명이다.

이산화탄소가 온실 역할을 해줌으로써 지구는 눈덩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산화탄소는 바다에 녹아 생명체 외피의 재료도 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캄브리아기에 탄산염광물로 이뤄진 단단한 외피의 생물체 종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배경이다. 잘 알려진 캄브리아기 절지동물인 ‘삼엽충’이 대표적이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나타난 것은 30억 년 전이다. 지구의 나이는 46억 살 정도다. [중앙포토]

지구에서 생명체가 나타난 것은 30억 년 전이다. 지구의 나이는 46억 살 정도다. [중앙포토]

결국 이산화탄소는 생명의 근원의 하나이자 보호자였던 셈이다. 그런 이산화탄소가 지금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다.

캄브리아기에 지구를 뒤덮은 생물은 인류의 생존과 문명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까지 제공하고 있다. 태고의 이산화탄소와 새로 탄생한 생물이 뿜어내는 다량의 산소는 태양에너지와 결합해 포도당, 지방 등 유기물로 합성됐다. 유기물은 이런 식으로 태양에너지를 저장했다. 생물체를 구성했던 유기물은 퇴적층이나 해저 바닥에 묻힌 뒤 적절한 온도와 압력 아래에서 산소를 잃고 탄소만 남겼다. 이 탄소에너지가 바로 석유, 천연가스, 석탄, 이탄(泥炭, 탄화가 덜 된 석탄으로 토탄(土炭)이라고도 함) 등 화석연료다. 전체의 85%가 석탄이다. 석탄의 대부분은 식물이 지구를 점령한 뒤인 3억 년 전에 생성됐다. 그래서 이 시기를 석탄기라고 부른다.

경제인들이 수십 년 뒤의 에너지 고갈을 전망할 때 과학자들은 수억 년간 쌓인 지구의 진실을 말한다. 지은이는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지구에는 약 4조t의 탄소가 화석연료의 형태로 저장돼 있다고 밝힌다. 현재 생태계에 존재하는 살아있거나, 죽은 생물을 구성하는 전체 탄소의 두 배가 넘는다.

그게 전부도 아니다. 지각 아래 깊숙한 곳에는 케로진이라는 유기물이 화석연료의 4000배에 가까운 1경 5000조t이나 쌓여있다. 아직 제대로 화석연료 상태까지 숙성되지 않은 유기물이다. 이를 제대로 채취해서 쓸 방법을 찾으면 인류는 앞으로 수억 년을 쓰고도 남을 엄청난 분량의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생물이 수억 년 동안 광합성이나 지열을 이용해 얻은 에너지가 유기물 형태로 지각 아래에 보존돼 있다. 우주와 지구를 관찰하는 지구과학이 제시하는 희망이다. 강조하고 싶은 건 이런 내용이 우주와 지구, 생명과 인류를 논하는 ‘모든 것’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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