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제1야당 강제 해산…32년 집권한 훈센 “10년 더 집권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캄보디아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이 강제 해산되면서 32년째 집권하고 있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권력 기반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제1야당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강제로 해산됐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내년 7월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연장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12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12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17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캄보디아 대법원은 전날 제1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이 외부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꾀했다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여 CNRP 해산을 결정했다. 이에 CNRP 소속 정치인 118명의 정치활동도 5년간 금지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9월 켐소카CNRP 대표를 반역 혐의로 전격 구속한 데 이어 10월 대법원에 CNRP 강제 해산을 요청했다. 대법원장이 집권 여당의 상임위원이자 훈센 총리 측근이어서 이번 판결 결과는 예견됐다.

그러나 훈센 총리는 대법원 결정 직후 TV 연설을 통해 철저하게 법치에 근거한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차분히 일상생활을 하라고 요청했다. 또 내년 총선은 정상적으로 실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훈센 총리는 “우리는 우리의 법을 집행하고 있다고 국제사회의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다”며 내정 간섭을 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혔다.

32년째 권력을 쥐고 있는 훈센 총리는 최근 “10년 더 집권하겠다”며 정권 연장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캄보디아 대법원 결정은 민주주의 사망 선고”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제임스 고메즈 동남아·태평양지부장은 “노골적인 정치 탄압”이라며 “국제사회가 캄보디아 당국의 이런 탄압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을 위한 동남아국가연합 의원들’(APHR)은 “캄보디아가 사실상 일당 지배의 시기로 진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필사적으로 권력을 지키기 위해 정적 위협, 시민사회 공격, 언론자유 억압 등을 하는 훈센 총리의 수십 년간 책략이 대법원의 제1야당 해산 결정으로 최고조에 달했다"며 인권유린 등에 책임 있는 캄보디아 고위 관료들에 대한 신속한 제재를 미 행정부에 촉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