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표 나눠주는데 지진 나 학생 경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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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역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들은 수능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기자가 15일 오후 9시쯤 찾아간 포항시 북구 학산동 포항고 본관 정문에 ‘포항지구 제1시험장’이라는 안내문과 수험생 주의사항이 붙어 있었다.

포항 수험장 지정 학교 가보니

교실마다 수험장 번호도 붙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복도와 교실 벽면에 지진으로 시멘트 벽에 금이 간 부분을 가리기 위해 급히 종이 조각을 길게 붙여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오주열 포항고 교감은 “수능을 보는 수험생들이 학교 벽면에 금이 가 있는 모습을 보면 불안감을 느낄까봐 종이로 가려 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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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포항시 북구 학산동 포항여고 1층 교무실은 교장과 교사 수십 명이 수능 연기 대책을 짜느라 분주했다. 이 학교는 교실 1개 동의 복도 벽 두세 곳에 2m 길이의 금이 가는 피해를 봤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체육관에서 수험표를 나눠줄 때 지진이 나면서 일부 학생이 경련을 일으키거나 쓰러졌다”며 “수능이 연기된 것은 고사장 시설 문제보다 학생들의 심리 상태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능 수험생 김모(18)양은 “내일이면 시험이 끝날 줄 알았는데 연기돼 마음이 불편하지만 이렇게 불안한 심리 상태로 도저히 내일 시험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포항 대동고는 본관과 식당이 있는 별관의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피해를 봤다. 수능시험이 치러질 예정이었던 2층과 3층 교실에 들어가니 벽에 2m 길이 이상의 균열이 있었다. 멀쩡한 교실이 없었다.

포항=최은경·김정석·송우영·최규진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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