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한국 남자가 자꾸 치근덕거려" 불안해하던 딸이 죽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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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언론, "김치의 나라에서 태국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 보도 

태국 일간지 '타이 래스'가 지난 8일 추티마 피살 사건을 보도한 지면. "김치의 나라에서 태국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다"라는 제목이다. [사진 태국 래스 홈페이지]

태국 일간지 '타이 래스'가 지난 8일 추티마 피살 사건을 보도한 지면. "김치의 나라에서 태국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다"라는 제목이다. [사진 태국 래스 홈페이지]

태국 여성 추티마(29)는 11년 전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고국을 떠나 한국에 정착했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경기 안성의 한 자동차부품제조업체에서 10년을 일했다. "불법체류자 단속반이 나온다"는 한국인 직장동료 김모(50)씨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선 것은 지난 1일. 나흘 뒤인 5일 오전 추티마는 경북 영양군의 한 야산에서 돌에 맞아 숨진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씨는 안성경찰서에 "성폭행을 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살해했다"고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타이래스]

[사진 타이래스]

태국 언론들은 추티마 피살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비보를 접한 추티마 아버지 삼릿(56)은 9일 오전 한국에 도착했다.

14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는 추티마 가족의 통역을 돕고 있는 경기 화성이주노동쉼터 한상훈 활동가가 출연해 사건 관련 소식을 전했다.

한씨는 "사체 발견 당시 추티마는 턱 부분 등이 함몰돼있었다. 심한 폭행으로 숨을 거둔 것"이라고 설명하며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씨는 다른 사람도 못 알아보는 등 인사불성 상태라고 한다"고 말했다.

한씨는 한국을 찾은 추티마 아버지 삼릿의 반응도 알렸다. 그에 따르면 아버지는 매우 원통해하고 '좋은 집에서 태어났으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추티마는 아버지에게 전화해 가끔 '아빠. 여기 한국인 남자가 자꾸 치근덕거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씨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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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불법체류자인 추티마가 단속에 걸릴 경우 곧장 추방되는 약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관련 제도 개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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