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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공기업 옮겨온 진주시, 인구 늘었지만 구도심은 더 쇠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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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0개 혁신도시 10년의 명암 ② 진주 혁신도시

지난 2007년 착공해 2015년 완공한 진주 혁신도시. 오른쪽 큰 건물이 이곳에 입주한 11개 공공기관 중 가장 큰 규모인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다. [송봉근 기자]

지난 2007년 착공해 2015년 완공한 진주 혁신도시. 오른쪽 큰 건물이 이곳에 입주한 11개 공공기관 중 가장 큰 규모인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다. [송봉근 기자]

지난 8일 오전 경남 창원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 방향으로 가다 문산IC를 빠져나오자 10~25층(높이 30~80m)의 대형 아파트 단지가 나타났다. 편도 3차선 도로를 따라 진주 시청 방향으로 좀 더 가자 왼쪽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해 각종 공공기관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사이로 대형 쇼핑몰과 상가들이 각종 간판을 내걸고 영업 중이다. 지난 2007년 착공해 2015년 완공한 진주 혁신도시(409만3000㎡)의 모습이다. 10년째 이곳에 사는 김창우(49)씨는 “논·밭밖에 없는 시골이었는데 10년 만에 대형 건물이 가득한 신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논·밭이 빌딩숲으로 … LH 등 이전 #공공기관이 내는 지방세 7배 늘어 #나 홀로 부임 많아 주말엔 도시 텅 #옛 중심지들 인구유출 등 ‘공동화’

이곳에는 LH를 비롯해 11개 공공기관이 지난해 7월까지 이전했다. 혁신도시 주변으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단지(총 1만780세대)와 상가(20만3000㎡)도 조성됐다. 부동산 가격도 상당히 올랐다. 아파트의 경우 ㎡당 600만원대에서 분양돼 1100만원 이상으로 올랐다가 최근 100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상가의 경우 ㎡당 500만~1000만원대에 분양돼 요즘엔 2000만원대다. 다만 요즘 거래는 많지 않다.

인구도 크게 늘었다. 원래 주거인구가 거의 없었으나 지난 9월 기준 1만5155명(전체 계획인구 3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진주시 인구도 덩달아 현재 35만2074명(2007년 33만3256명)이 됐다. 공공기관이 내는 지방세도 크게 늘었다. 입주 초기인 2014년 35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220억원이 됐다. 조경섭 진주시 징수과장은 “세수가 늘면서 도로 등 기반시설을 할 수 있는 예산이 늘어 시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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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에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은 진주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다. 진주 전체 인구는 늘었으나 과거 진주 상권 중심지였던 중앙동과 주거 밀집지역인 신안동 등 구도심 인구수는 크게 줄었다. 중앙동은 2012년 1만5158명에서 올해 1만3117명, 같은 기간 신안동도 1만5448명에서 1만3853명으로 줄었다. 혁신도시가 있는 충무공동을 중심으로 아파트를 비롯해 대형마트 등이 들어서면서 구도심 공동화를 부추긴 탓이다.

진주 혁신도시

진주 혁신도시

구도심 최대 상권이던 진주교에서 평안동 갤러리백화점까지와 진양교에서 공단 로터리까지의 도로변에는 사무실 임대를 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중앙시장 상인회 김종문(61) 사무국장은 “현재는 혁신도시로 인구가 유출되면서 이곳 상권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며 “하지만 혁신도시가 활성화되면 기존 구도심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직원 간에도 명암이 엇갈린다. 가족 전체가 주거지를 옮긴 직원들과 혼자 내려온 직원들의 만족도 차이가 커서다. 가족 단위로 내려온 직원들의 경우 서울보다 줄어든 출퇴근 시간, 수도권의 70~80% 정도인 물가 등으로 인해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한다. 진주 혁신도시의 11개 공공기관(전체 직원 3600여명) 중 가족 동반 이주율은 초창기 10%대에서 현재 30%대다. 반면 혼자 내려온 직원들은 외로움이 크다. 주말에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든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주말에 서울·수도권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혁신도시가 텅 빈 느낌을 주기도 한다. 상권도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다. 실제 이날 둘러본 상가는 1~2층을 제외하고는 빈 곳이 많았다. 현지 부동산 업계는 혁신도시 내 상가의 공실률을 50~60%대로 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전모(56·여) 대표는 “LH 인근 중심상가는 1~2층이 분양돼 점심과 저녁때 반짝 영업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상당수는 분양이 안 된 곳이 많다”며 “아직 아파트 입주도 다 안 끝나고 공공기관도 단신 부임자가 많아 상권이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봉규 경상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공공기관과 연관된 유관기관들이 혁신도시에 함께 내려와야 인구도 늘고 일자리도 늘어나 실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진주=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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