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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건의료, OECD와 비교하니…암 '합격점' 당뇨병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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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 여성이 유방암 검사를 받고 있다. 유방암 등 주요 암의 5년 생존율은 한국이 OECD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중앙포토]

한 여성이 유방암 검사를 받고 있다. 유방암 등 주요 암의 5년 생존율은 한국이 OECD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중앙포토]

뇌졸중·대장암 치료는 '합격점', 항생제·당뇨병 관리는 '미흡'. 한국 보건의료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한 성적표다. 보건복지부는 OECD가 2년마다 발표하는 '한눈에 보는 보건' 자료(2015년 기준)가 공개됐다고 13일 밝혔다.

2년 단위로 발표되는 OECD 자료 공개 #허혈성 뇌졸중, 대장·유방암 치료 '우수' #급성심근경색증 환자 생존도 크게 개선 #'내성' 키우는 항생제 남용 제자리걸음 #천식 등 만성질환, 관리 부족에 하위권 #의사 설명 이해 등 환자 만족도 떨어져

  급성질환과 암 치료 수준은 전반적으로 향상되거나 우수한 모습을 보였다. 2015년 허혈성 뇌졸중으로 입원한 환자의 30일 내 사망률은 3.9%를 기록했다. OECD 평균(8.2%)의 절반 수준이다. 대장암과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은 각 71.6%, 86.3%로 OECD 평균(63%, 85%)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직장암은 71%로 OECD 조사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급성심근경색증 환자가 생존할 확률은 크게 개선됐다. 2009년 OECD 최하위 수준(11.3%)이었던 입원 환자의 30일 내 사망률은 꾸준히 줄면서 2015년 8.1%가 됐다. 이는 OECD 평균(7.5%)에 근접한 수치다.

OECD 국가 중 상위권인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최근 몇년간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자료 보건복지부]

OECD 국가 중 상위권인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최근 몇년간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자료 보건복지부]

  반면 그동안 '내성'을 키워온다고 지적받아온 항생제 남용 문제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외래 처방 항생제 사용량은 24.3 DDD(하루 인구 1000명 중 24.3명 처방)로 2014년보다 0.1 줄어드는 데 그쳤다. OECD 조사 대상 30개국 중 10번째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특히 여러 질병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퀴놀론·세팔로스포린 항생제가 전체 사용량의 35.4%인 8.6 DDD를 기록했다. OECD 평균(3.5)과 비교하면 한국에서 유독 많이 쓰이는 것이다.

  이형민 질병관리본부 의료감염관리과장은 "우리나라는 치료 초기 균 검사 전 광범위 항생제를 조기 투약하는 경향이 있다. 이 약은 유용성은 좋지만, 내성이 생기면 다른 항생제를 쓸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드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항생제 남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적정 사용 가이드를 지난해부터 배포하고 있고, 진료 프로그램과 가이드를 연계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모습.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모습.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동네 의원에서 잘 관리하면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는 만성질환 관련 통계도 하위권이다. 천식·당뇨병에 따른 입원율은 각각 인구 10만명당 94.5명, 281명을 기록했다. OECD 평균(천식 46.7명, 당뇨병 137.2명)의 두 배를 넘었다. 이는 평소 생활습관 개선이나 정기적인 건강 관리가 안 되면서 증세가 쉽게 나빠진다는 의미다.

한 병원 진료실 앞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들. 이번에 새로 OECD 조사에 참여한 환자 경험은 외국보다 떨어지는 편으로 나왔다. [연합뉴스]

한 병원 진료실 앞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들. 이번에 새로 OECD 조사에 참여한 환자 경험은 외국보다 떨어지는 편으로 나왔다. [연합뉴스]

  이번에 한국이 새로 조사에 참여한 '환자 경험'(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전반적 만족도)은 외국보다 떨어지는 편이었다. 환자 중 의사의 설명을 쉽게 이해한 비율(87.1%)은 19개국 중 13위, 의사에게 의문점이나 걱정을 말할 기회를 받은 비율(81.8%)은 18개국 중 13위로 중하위권이었다. 의사가 충분히 진료시간을 보장했다는 비율도 77.9%로 OECD 평균(81.3%)에 못 미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외국은 의사를 지정해서 진료받는 주치의 제도 등 의료 체계가 우리와 달라서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만 이번 조사 참여를 계기로 환자 중심으로 진료 체계가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국민이 지난해 1년간 보건의료 부문에 사용한 지출(1인당 경상 의료비)은 2729달러(구매력 기준·잠정치)로 집계됐다. OECD 평균(4003달러)보다 낮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 의료비 지출 비율도 지난해 7.7%로 OECD 평균(9%)을 밑돌았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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