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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컬처디자이너 열정 한마당…2017 세계문화대회 12일 폐막

중앙일보

입력

2017 세계문화대회가 열리고 있는 충북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 행사장에서 홍콩에서 온 슈웨이가 벽화를 그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17 세계문화대회가 열리고 있는 충북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 행사장에서 홍콩에서 온 슈웨이가 벽화를 그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자 의수(義手)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형편이 어려워 의수를 쓸 수 없는 친구들을 돕고 있죠.”
전자 의수 업계 ‘만드로’의 대표 이상호(36)씨가 11일 오후 8시 충북 청주 옛 연초제조창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왔다. 그는 ‘2017 세계문화대회’의 자기 소개 프로그램 ‘베터투게더 나이트’의 첫 연사였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2분. 그가 요르단·탄자니아 난민 23명에게 의수를 제공한 이야기를 전하자 함께한 200여 명 컬처디자이너들의 눈이 반짝였다.

예술인·난민 구호가·시각장애 영화감독 등 500명 참가 #10일부터 사흘간 청주서 시민들과 공감 토크, 워크숍 #"소통과 아이디어 공유 기회…새로운 열정 배웠다" #

이날 시리아인 압둘와합(32)은 “가난과 내전에 고통을 겪는 시리아 난민을 돕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시각장애 1급으로 앞을 볼 수 없는 노동주(34) 영화감독은 부축을 받으며 연단에 섰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꾸기 위해 단편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 천장에 국내외 컬처디자이너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송성진 사진 작가의 포토 퍼포먼스 '어떠한 자세들로 살고 있는가'다. 프리랜서 김성태

1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 천장에 국내외 컬처디자이너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송성진 사진 작가의 포토 퍼포먼스 '어떠한 자세들로 살고 있는가'다. 프리랜서 김성태

‘2017 세계문화대회’는 컬처디자이너들의 끊임 없는 소통의 장이었다. 10~12일 사흘동안 워크숍(34회)과 강연·토론(53회), 30여개의 전시회가 진행됐다. 전 세계에 모인 500여 명의 컬처디자이너들은 소그룹 토론회인 ‘오픈보이스’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컬처디자이너 페어&스쿨’에서 실천사례를 공유했다.

전주에서 ‘써드웰 갤러리’를 운영하는 박석영(22)씨는 “예술가·공연기획자 등 활동가들과 교류하면서 지역 뮤지션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 방향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수제 잼 공장을 운영하는 강병진(32)씨는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컬처디자이너들을 만나 에너지를 전달받은 느낌이다. 함께 웃고 떠들며 친구 여럿을 사귀게 됐다”고 말했다.

2017 세계문화대회가 열리고 있는 1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을 찾은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핸드페이팅 작품을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17 세계문화대회가 열리고 있는 1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을 찾은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핸드페이팅 작품을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다양성이 창의성의 원천=중국 베이징에서 공공 벽화를 그리고 있는 홍콩인 슈웨이(24·여)와 일본계 한국인 지나(24·여)는 세계문화대회 행사장 한편에서 참여형 아트 콜라보레션을 진행했다. 10m 폭의 대형 벽에 청주 연초제조창의 미래를 그리는 것으로 시민들에게도 붓과 물감을 내줬다.

이들은 2월부터 자투리 공간에 중국의 문화를 담아낸 벽화를 그리고 있다. 슈웨이는 “대만에서 온 컬처디자이너가 한 공간을 두고 드라마와 연극 등 다양한 예술활동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벽화의 작품성 보다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2017 세계문화대회에 설치된 민병동 작가의 '돼지여행-행복을 그리다'. 관람객들이 자신의 소망을 적어 파란공 모양의 조형물에 붙이고 있다. 최종권 기자

2017 세계문화대회에 설치된 민병동 작가의 '돼지여행-행복을 그리다'. 관람객들이 자신의 소망을 적어 파란공 모양의 조형물에 붙이고 있다. 최종권 기자

자폐증을 앓고 있는 박태현(25) 작가가 만든 인형 공예품. 휴지로 뼈대를 만들고 테이프를 감아 작품을 완성했다. 최종권 기자

자폐증을 앓고 있는 박태현(25) 작가가 만든 인형 공예품. 휴지로 뼈대를 만들고 테이프를 감아 작품을 완성했다. 최종권 기자

전시장엔 음식을 통해 튀니지를 알리는 컬처디자이너도 있었다. 5분 정도의 영상을 통해 튀지니의 역사와 건축유산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에게 튀니지 음식을 맛보게 했다. 자폐 예술인이 그린 그림을 소개된 ‘오티스타’ 전시관엔 아이들이 많았다. 6살 손자와 행사장을 찾은 신옥희(60·여·청주시)씨는 “‘젠탱글’ 워크숍에서 무한 패턴으로 공예품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낙서를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컬처디자이너의 발상이 새롭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튀니지를 알리는 컬처디자이너가 영상물을 상영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튀니지를 알리는 컬처디자이너가 영상물을 상영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모두가 소중한 구성원”=사회적기업 ‘공공공간’의 신윤예(32·여) 대표는 서울 창신동 봉제공장에서 버려진 자투리 천을 활용해 일명 ‘제로 웨이스트’ 제품인 쿠션·옷·앞치마 등을 만들고 있다. 쓰레기 더미 2개를 테이프로 연결해 만든 의자도 선보였다. 신 대표는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잉여물들을 지역사회와 손잡고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는지 소개했다”며 “예술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대 학생 7명이 폐지 수거 노인들을 돕기 위해 설립한 ‘끌림’은 전시장에 직접 개발한 경량 리어카를 전시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끌림은 리어카에 광고를 게재해 수익의 일부를 폐지 수거 노인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끌림의 강일천(21)씨는 “우리나라 자원회수율은 OECD 가운데 2위라고 한다”며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윰 이윰액츠 대표(왼쪽)가 11일 컬처디자이너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이윰 이윰액츠 대표(왼쪽)가 11일 컬처디자이너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줌비 무네어(오른쪽)가 브라질 전통무예 카포에이라를 참가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줌비 무네어(오른쪽)가 브라질 전통무예 카포에이라를 참가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예술 치유가 이윰(46·여) 이윰액츠 대표는 서울 수유시장 상인들과 함께 했던 음악회, 힐링아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작은 변화만으로 오이와 동태를 파는 전통시장이 문화장터로 바뀌었다”고 했다. 관람객 이숙희(55·여·대구시)씨는 “자신의 재능을 공유하고 사회를 치유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컬처디자이너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열정을 배웠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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