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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기정 할머니 별세… 생존자 33명 남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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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충남지역 유일한 생존자였던 이기정 할머니가 지난 1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다.

지난 11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기정 할머니의 영정사진. [사진 당진시]

지난 11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기정 할머니의 영정사진. [사진 당진시]

충남 당진시 등에 따르면 당진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던 이 할머니는 이날 오전 8시35분쯤 영면했다. 빈소는 당진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이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33명만 남게 됐다.

지난 11일 영면… 13일 발인, 유해는 망향의 동산 안치 #18세 때 일본군에 끌려가 싱가포르·미얀마 등에서 고초 #당진시, 13일 오전 시청광장서 영결식 시민장으로 거행

1925년 4월생인 이 할머니는 18세가 되던 1943년 일본군에 끌려가 싱가포르·미얀마 등에서 고초를 겪었다. 해방 후 군함을 타고 부산을 통해 귀국한 이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자신의 아버지에게만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위안부 피해자 정부 등록자가 됐다.

이 할머니를 후원한 나눔의 집 측은 “할머니가 (일본군에 끌려) 간호사가 되는 줄 알고 갔는데 도착해보니 위안소였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나눔의 집으로 모시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타개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낙상사고로 관절을 다쳐 거동이 불편했던 이 할머니는 누구든 찾아오면 ‘늙은이 좋다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셨다”고 설명했다.

이 할머니 별세 소식이 알려지면서 빈소에는 김홍장 당진시장을 비롯해 당진시 송산면 고향 주민과 그가 평소 다녔던 교회의 교우 등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발인은 13일 치러진다.

당진시는 이 할머니의 영결식을 13일 오전 9시30분 당진시청 광장에서 시민장 형태로 치르기로 했다. 영결식 공동 장례위원장은 김홍장 당진시장과 이종윤 당진시의회 의장, 어기구 국회의원, 당진문화재단 이명남 이사장(당진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 상임대표) 등이 맡는다.

지난해 3월 1일 충남 당진종합버스터미널광장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사진 당진시]

지난해 3월 1일 충남 당진종합버스터미널광장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사진 당진시]

영결식을 마친 뒤 이 할머니를 태운 운구 차량은 노제가 진행되는 당진버스터미널 광장과 송산면의 이 할머니 자택 등을 거쳐 화장터가 있는 천안추모공원으로 향하게 된다.

유해는 화장해 천안 망향의 동산에 모시기로 했다. 망향의 동산은 과거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고향을 떠나 망국의 서러움과 고난 속에서도 조국을 그리며 숨진 재일동포를 비롯해 해외 동포들의 안식을 위해 조성된 곳이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 할머니 빈소를 조문하며 “올해 들어 벌써 일곱 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떠나보내게 돼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모든 일본군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기념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기정 할머니가 여생을 보낸 당진에는 지난해 3월 1일 당진버스터미널 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당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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