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비정상 퇴진 사라져야” 민주당 “법 개정까지 시간 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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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고대영 사장 사이에 ‘조건부 퇴진론’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고대영 KBS 사장은 지난 8일 노조 집행부와의 간담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MBC 출신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고 사장에게 방송법 개정 조건에 관해 캐물었다.

국감서 조건부 퇴진론 놓고 설전 #한국당 “정연주 때도 블랙리스트” #당시 인사위 회부 PD 인터뷰 공개

▶김 의원=“방송법을 개정하면 물러나겠다고 한 이유가 뭐냐.”

▶고 사장=“KBS 사장이 정치적 격동기가 있을 때마다 비정상적 방법으로 임기를 그만두는 것은 제 선에서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국회가 방송법을 개정해 제도와 법을 바꾸면 기꺼이 수용하겠다.”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발의했으나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반대해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지금은 두 당의 입장이 뒤바뀌어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법안 내용은 KBS와 MBC 사장(이사장) 선출 시 이사진 과반 찬성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뽑도록 바꾸는 것이 골자다.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바꿀 경우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사장을 선임할 수 없다.

▶김 의원=“방송법 개정 때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꼼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고 사장=“제가 꼼수 쓰면서 세상 살아오지 않았다.”

이에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방송법 개정이 자리 보존의 조건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고 사장의)200만원 국정원 수수 설이 나오는 것 자체가 KBS 위상을 훼손시킨 것”이라고 가세했다. 국정원 200만원 수수설과 관련, 고 사장은 KBS 명의로 국정원을 맞고소한 상태다.

이날 한국당은 정연주 KBS 사장 시절에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며 역공에 나섰다. 김정재 의원은 KBS 주인식 PD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주 PD는 영상에서 “2004년 정연주 사장의 국가관과 능력이 사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자 편성본부장이 불러 ‘응징하겠다’고 했고 실제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고 했다. 이날 국감장 앞에서 KBS 노조원들과 고 사장 사이 몸싸움도 벌어졌다. 한국당 소속 신상진 위원장은 “(국회법상 회의방해 등으로)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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