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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패밀리가 떴다, 쇠고기 100인분 해치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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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 컬링 국가대표팀. 왼쪽부터 여자팀 김경애·김선영·김영미·김은정·김초희와 김민정 감독. 남자팀·믹스더블팀 장반석 감독과 장혜지·이기정. 남자팀 임명섭 코치와 김민찬·오은수·이기복·김창민·성세현. 15명 중 가족이 7명이나 된다. 김경애와 김영미는 자매다. 김민정과 장반석 감독은 부부지간이다. 김민찬은 김민정의 남동생이다. 이기정과 이기복은 일란성 쌍둥이다. [의성=프리랜서 공정식]

한국 컬링 국가대표팀. 왼쪽부터 여자팀 김경애·김선영·김영미·김은정·김초희와 김민정 감독. 남자팀·믹스더블팀 장반석 감독과 장혜지·이기정. 남자팀 임명섭 코치와 김민찬·오은수·이기복·김창민·성세현. 15명 중 가족이 7명이나 된다. 김경애와 김영미는 자매다. 김민정과 장반석 감독은 부부지간이다. 김민찬은 김민정의 남동생이다. 이기정과 이기복은 일란성 쌍둥이다. [의성=프리랜서 공정식]

평창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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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이 우리 스톤을 다 때려부쉈네.”

선수·지도자 15명 중 7명이 가족 #여자팀은 감독까지 다 ‘김씨 가문’ #남녀팀, 아시아선수권서 동반 우승 #“얼음판에 요강을 굴리냐 비웃어 #가족·친구들 모두 끌어들여 시작”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실수할 때도 가족의 힘으로 극복”

“남자팀 덕분에 ‘멘털 갑’되고 좋잖아.”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컬링센터. 여자컬링대표팀 김은정(27)과 남자대표팀 성세연(27)이 번외경기로 남녀대결을 펼치면서 티격태격했다. 10남매를 둔 대가족의 가정집처럼 컬링장은 왁자지껄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한국컬링은 남자팀, 여자팀, 믹스더블(혼성팀) 등 3종목에 출전한다. 선수 12명과 지도자 3명 등 총 15명이 나서는데, 가족이 7명이나 된다.

여자팀 김영미(26)와 김경애(23)는 자매, 믹스더블 이기정(22)과 남자팀 이기복(22)은 일란성 쌍둥이다. 여자팀 김민정(36) 감독과 남자팀·믹스더블팀 장반석(35) 감독은 부부지간이다. 김민정 감독의 남동생 김민찬(31)은 남자팀 소속이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9일 호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11-6으로 꺾었다. 12전 전승으로 ‘퍼펙트 우승’이자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남자팀도 중국과 결승전에서 0-5로 뒤지다 9-8으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남녀팀이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중앙일보는 호주로 출국하기 앞서 대표팀과 인터뷰를 했다.

한국 컬링을 개척한 것은 김경두(61) 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이다. 레슬링 선수 출신 김 전 부회장은 “1990년대 초반 경기영상을 보고 컬링에 흠뻑 빠졌다. 당시엔 ‘얼음판에 요강을 굴려 빗자루로 쓰는 이상한 놀이’라고 취급받았다. 빙상장에 페인트로 하우스를 그렸다가 쫓겨날뻔한 적도 있다”며 “가족과 친구들을 다 끌어 모았다. 2006년 경북과 경북컬링협회의 도움을 받아 고향 의성에 27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의 컬링전용경기장을 지었다”고 회상했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아랫줄 왼쪽에서 다섯째)은 한국컬링의 선구자다. 1990년대 초반 한국에 컬링을 들여와 보급시켰다. 그의 오른쪽에 있는 아내 양영선씨는 지도자가 부족하자 컬링주니어팀을 이끌고 해외 원정에 나서기도했다. [의성=프리랜서 공정식]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아랫줄 왼쪽에서 다섯째)은 한국컬링의 선구자다. 1990년대 초반 한국에 컬링을 들여와 보급시켰다. 그의 오른쪽에 있는 아내 양영선씨는 지도자가 부족하자 컬링주니어팀을 이끌고 해외 원정에 나서기도했다. [의성=프리랜서 공정식]

김 부회장이 뿌린 씨앗으로 ‘킴스 패밀리(Kim’s Family)’가 탄생했다. 김 부회장의 딸 김민정은 선수를 거쳐 현재 여자팀 감독을 맡고 있다. 그의 남편 장반석은 운영하던 학원을 접고 믹스더블팀을 지도하고 있다.

여자팀의 경우 의성여고를 다니던 김영미가 친구 김은정과 함께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김영미의 동생 김경애는 컬링장에 놀러왔다가 얼떨결에 따라한 경우다. 김경애의 친구 김선영(24)도 가세했다.

가운데 여자대표팀 김민정 감독을 중심으로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미·선영·은정·경애·초희. 영미와 경애는 자매고 영미-은정, 경애-선영은 의성여고 동기동창이다. 여자팀 선수들은 모두 김(金)씨로 이뤄졌으니 평창올림픽에서도 금(金)메달을 따고 싶다고 밝혔다. [의성=프리랜서 공정식]

가운데 여자대표팀 김민정 감독을 중심으로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미·선영·은정·경애·초희. 영미와 경애는 자매고 영미-은정, 경애-선영은 의성여고 동기동창이다. 여자팀 선수들은 모두 김(金)씨로 이뤄졌으니 평창올림픽에서도 금(金)메달을 따고 싶다고 밝혔다. [의성=프리랜서 공정식]

컬링은 스킵(주장)의 성(姓)을 따서 이름을 붙인다. 한국 여자팀은 ‘팀 킴’이라 불린다. 스킵 김은정은 “선수 5명과 김민정 감독까지 모두 김(金)씨다. 국제대회 나가면 ‘김씨 가문의 아버지와 딸 6명으로 이뤄진 팀인가’ 란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남자팀 김창민(32)과 오은수(26)는 의성고 동문이다. 장반석 감독은 “선수단 15명이 가족이나 다름없다. 하루는 15명이 몰려가 쇠고기를 먹었는데 100인분을 해치웠다. 고깃값이 220만원 나왔다”며 웃었다.

컬링대표팀은 지도자 3명과 선수 12명 등 총 15명이 나서는데, 그 중 가족이 7명이나 된다. 남자팀과 여자팀은 각각 숙소로 사용하는 같은 아파트에서 이층침대를 나눠쓰며 동고동락한다. 서로의 연애사를 다 알고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의성=프리랜서 공정식]

컬링대표팀은 지도자 3명과 선수 12명 등 총 15명이 나서는데, 그 중 가족이 7명이나 된다. 남자팀과 여자팀은 각각 숙소로 사용하는 같은 아파트에서 이층침대를 나눠쓰며 동고동락한다. 서로의 연애사를 다 알고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의성=프리랜서 공정식]

선수 4명이 합심해 스톤을 배치하는 컬링은 팀워크가 생명이다. 축구나 야구와 달리 컬링은 매 시즌 선발전을 통해 한팀 전체를 국가대표로 뽑는다. 지난 5월 경북체육회 소속 여자팀, 남자팀, 믹스더블이 올림픽 출전권 3장을 싹쓸이했다. 컬링은 해외에서도 ‘패밀리 스포츠’다. 캐나다 하워드, 스코틀랜드 무어해드 가족 등이 있다.

김영미는 “동생 (김)경애와 텔레파시가 통하는지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컬링은 한게임에 2시간30분 이상이 소요되는데 약 2.7㎞를 브룸으로 닦아야 한다. 그만큼 힘들다. 실수가 나올 때면 ‘가족의 힘’으로 극복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감독은 “부부가 24시간 동안 컬링 이야기만 하니깐 6세 아들이 그만 하라고 할 정도다. 만약 ‘선수끼리 결혼하면 냉장고를 사주겠다’고 하니 선수들이 ‘가족끼리 연애하는거 아니다’며 손사래를 치더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올림픽이 90여일 남았는데 컬링 대표팀은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집행부 내분으로 대한컬링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홈 어드밴티지가 중요한 종목인데 경기장 플로어에 문제가 생겨 강릉컬링센터를 11월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컬링의 세계랭킹은 여자팀이 8위, 남자는 15위, 믹스더블은 12위다. 내년 평창올림픽에서는 전 종목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김선영은 “컬링은 얼핏 빗자루질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뒤 (싹쓸이한다는 뜻에서) 청소기 광고를 찍으면 제격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의성=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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