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수석 옛 비서관, 1억1000만원 횡령 인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건넨 후원금과 관련해 검찰이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하면서 향후 수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전병헌 정무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 윤모(34)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이 혐의를 적용했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또는 법인)에게 공무원의 업무와 관련한 뇌물이 건네졌을 때 적용된다. 직무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영장심사서 “후원금 일부 나눠 써” #검찰, 3자 뇌물 혐의로 관련자 수사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9일 “홈쇼핑 채널 재승인 문제와 감사원 감사 등으로 경영상 절박함이 있던 롯데홈쇼핑이 윤씨를 보고 협회에 낸 3억원의 후원금을 뇌물로 봤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윤씨의 행위에 전 수석이 관련돼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당시 전 수석은 방송 재승인 등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이었고 한국e스포츠협회의 명예회장이었다.

이 같은 제3자 뇌물 구조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이 얽힌 국정 농단 사건과 비슷한 구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을 제3자 뇌물로 본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직접 받지는 않았지만 공여자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경제적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제3자(최씨의 독일 법인·최씨)에게 뇌물이 전달됐다는 논리를 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전 수석은 지난 8일 “롯데홈쇼핑과 관련해 어떤 불법에도 관여한 바 없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검찰 측도 “전 수석의 연관성을 이야기할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가 전 수석을 만난 사실을 파악하고 만남의 성격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있다. 윤씨 등과 함께 후원금 3억원 중 1억1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이날 “1억1000만원을 세 사람이 나눠 썼다고 영장실질심사에서 진술했다. 김씨는 그중 약 260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