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와 맨드라미(0687208에서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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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한참을 웃고 난 형수는 어느새 아침의 그 표정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확실히 삼촌은 애교가 있어요. 하지만 내 방법은 간단해요. 이것은 다분히 동물학적 특성에 의한 발상이긴 하지만 쥐는 말이예요. 하루에 자기 몸무게보다 훨씬 더 많은 음식물을 먹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절대로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저대로 화단 구석에 놔두고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밤새도록 허기져서 소리치는 저 놈의 목소리를 이 집안의 모든 쥐들에게 듣게하는 것이죠. 그리고 정확하게 내일쯤엔 스스로 운명지워진 자신의 동물학적 조건에 의해 죽게하는 거예요.』
나는 황망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섰다. 화단을 가로질러 나가는 사이, 맨드라미의 붉은 웃음 빛처럼 흐드러진 그 웃음소리가 자꾸만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착각으로 나는 간신히 대문을 밀었다.
형수의 의도는 분명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넘보는 돼먹잖은 침입자에게 엄중한 경고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형수의 저금통을 깨부쉈을 때 그녀는 그것을 나의 가당찮은 무모함으로 여겼을 것이고 그 일 이후 형수의 적대감은 조금씩 표면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와 선영이의 졸업을 책임진다는 조건으로 시골 전답의 반 이상이 형의 건축사무소로 변해버렸고 형의 결혼과 동시에 우리는 과분하게도 지금의 이 집으로 이사오게 되었다. 간신히 건축사무소를 차린 우리가 이 집으로 이사오게된 그 순간에 나는 결코 형수가 꾀죄죄한 형의 전축판 몇개에 만족할 여자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혹시 삼촌이나 고모는 일삼아 살빼러 다니는 나를 비웃는 건 아니겠죠?』
그녀는 매사에 밉지않게 선수를 쳤고 난감해 하는 나와 선영이 앞에서 서서히 자신의 행복을 다져나갔다. 물론 형수는 자가용을 타고 물오징어를 사러 간다거나 일부러 밍크 코트를 두르고 동네의 슈퍼마킷에 나타나는 그런 속물은 아니었다. 비뚤어진 속물근성으로 말하자면 대학을 졸업하고도 언제까지라는 기약도 없이 형집에, 말하자면 형수의 집에 얹혀 살아야 하는 내 쪽이 훨씬 심한 편이었다.
언젠가 형수는 자기들의 방에다 거대한 저금통을 들여놓았고 쉴새 없이 동전들을 쑤셔박기 시작했다. 동전을 모아서 겨울에 스키장을 가든, 불우이웃을 도와주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멀쩡한 지폐까지 동전으로 바꿔서 겨울의 꿈을 키워나가는 형수의 모습은 차라리 애교에 가까운 것이었다.
불행하게도 나는 형수의 겨울 꿈이 담긴 그 저금통의 동전을 어느 날 몰래 다시 지폐로 바꿔버렸고 지극히 다급하고 사사로운 용도에 써버리고 말았다. 그 다급하고 사사로운 용도가 사실은 그 동안 은밀하게 자행된 나의 어설픈 애정행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형수가 알게 되었을 때, 나에 대한 그녀의 증오심이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녀의 증오심을 유발시킨 애초의 원인들도 알고 보면 모두 내 자신에 있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라는 이 집에서의 묵시적인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으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끊임없이 그들의 행복을 축내고 있었다. 그런 나를 표나게 냉대하지 못한 것은 순전히 형수 자신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가끔씩 내 방에 들어온 형수가 넓은 방에 가득 메워진 내 책들을 바라보던 그 경멸의 시선…내 처지에 비추어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달랐다. 자신의 자존심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녀가 택한 응징 방법은 매우 치밀하게 계산되어진 것이었다.
『저도 딸을 가진 부모예요. 삼촌은 그 여자 분 어머니 심정을 생각해 보셨어요?』
생각보다 형수는 처음부터 집요하게 추궁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일 이후 내 스스로 뭔가 불편해 하고 거북스러워하는 일상의 모습들을 음미하듯 지켜보는 것으로 족하다는 태도였다. 나에 대한 철저한 증오와 경멸을 감춘 그 시선 속에서 나는 아무런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지리하고 무력한 타성의 일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마도 그런 느슨하고 일상적인 흐름 속에서 형수는 은밀하게 칼을 갈고 었었는지도 모른다. 집안을 은은히 맴도는 그녀의 플륫소리나 관현악의 연주는 그녀에겐 만족한 희망이었고 내겐 쓸쓸한 좌절의 확인이었다. 그녀의 눈길이 맴도는 곳에서 내 벌거벗기운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나는 허둥지둥 욕실의 문을 열거나 번번이 목이 메도록 다급하게 식사를 마치곤 했었다.
형수의 의도는 빗나갔다. 무엇이 녀석에게 주어진 동물학적 운명을 거부할 수 있게 했을까. 불운한 감금상태의 계속으로 매우 피곤해 보이기는 하지만 의연히 살아 있는 녀석을 바라보는 나와 형수의 느낌은 다분히 상반된 것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단식에 도가 튼 놈이라든가 이슬을 먹고사는 쥐라든가 하는 식으로 빈정대고 싶었지만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주어진 상황 그 자체로 형수는 충분히 당황하고 고민하는 빛이 역력했다. 자랑스럽게 쥐덫을 들어올리던 어제 아침과는 달리 그녀는 징그러운 동물을 대하는 보통 여자들의 그 자세로 팔짱을 낀 채 잔뜩 미간을 모으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마당 한구석에서 형수와 나는 오래도록 그 놈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죽지 않았군요 형수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 불길한 상념들이 그녀를 괴롭히는 모양이다.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형수의 옆모습이 죄송스럽게도 조금은 아름답게 느껴졌다. 맨드라미와 쥐. 참혹하게 뭉개어진 맨드라미와 허기져 쓰러진…그녀는 갈등하고 있었다. 라이선스 디스크와 허리 24, 스키장과 쥐가 없는 맨드라미의 화단…돌아서는 형수의 두 어깨로 팔월의 태양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현관의 대형거울을 통해 그녀는 가슴까지 사위어드는 불안을 확인하게 되겠지. 방안에 들어간 형수는 오랫동안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나는 형수의 방에까지 들릴 큰소리로 『죄수들의 합창』을 틀어놓고 그녀가 하던 식으로 소퍼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수십명의 남성들로 구성된, 가슴을 뒤흔드는 그 자제된 열망의 목소리들이 온 집안으로 펴져 나갔다. 미안해요. 간헐적인 숨을 몰아쉬며 병원의 계단을 내려오던 그녀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에 대해서 내가 몰랐던 것이 얼마나 있었을까. 유리문 저편으로, 일순 한가해진 거리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나는 채 끝나지 않은 어리석은 자문의 대답을 생각해보았다. 그녀의 창백한 손이 알루미늄 손잡이를 잡았고 우리는 말없이 출입문을 나섰다. 밖은 바람 한 점 없는, 맑고 잔잔한 날씨였다.
『어디서 좀 쉬는 게 좋지 않을까?』
『아녜요, 그냥 가겠어요.』
차는 커브 길을 돌아 사라졌다. 일광에 달아오른 아스팔트의 엷은 지열이 열린 차문으로 손을 흔들던 그녀의 마지막 웃음처럼 희미한 잔영으로 남았다. 다시 곡이 바뀌었다. 박수소리와 함성, 불협화음에 가까운 수많은 목소리들이 한 사내를 바라본다. 사내는 성장을 하고 깃발을 들었다. 한마리의 거대한 짐승이 사내를 향해 질주한다. 빠르게 반복되던 바이얼린의 합주가 함성에 묻힌다. 짐승이 사내의 곁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난다. 온 몸에 땀을 흘리며 사내는 비틀댄다.
『자네 같은 사람한테야 씨도 안먹힐 이런 얘기를 굳이 하고싶지 않지만.』
나는 내 앞으로 던져진 몇 장의 지폐를 바라보았다. 후끈한 열기가 얇은 베니어판을 그대로 뚫고 들어와 가건물 안은 한증막처럼 무덥고 답답했다.
『나도 말이야 애초부터 금간 인생, 그 동안 들락날락한 횟수만도 자네 나이쯤은 됐을거야. 하지만 별이면 다 같은 별이 아니라고. 그러잖아도 요즘 한창 위장취업이네 뭐네 떠들어대고 같잖은 노가다 곤조들까지 술렁거리는 판국에 이게 누구 물먹이자는 개수작이야. 사정이 있는 줄은 알지만 이곳은 자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어서 돌아가게.』
팽만한 사내의 근육 위로 꿈틀대는 문신이 매우 현실적으로, 더 이상은 아무 것도 용납할 수 없는 무언의 대화처럼 내 눈으로 들어왔다.
커튼으로 가려진 주방 안에서 선영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합창곡은 이미 끝나 있었다. 다가가서 커튼을 젖히자 무언가 음식을 만들던 동생이 수줍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동생은 이렇듯 남모르게 많은 일들을 오랫동안 해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웬일이야? 김밥 아냐?』
『오빠 하나 먹어봐요.』
나는 가지런하게 갈라진 김밥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목이 메었다. 가까스로 주전자의 물을 삼키는 내 모습을 동생은 유심히 바라보았다. 한참을 망설이던 나는 확신하듯 그녀에게 물었다.
『이 김밥 그 친구 갖다주려는 거지?』
『그 친구라뇨? 누구 말이예요?』
『누군 누구야. 그대의 사랑하는 연인이지. 좌절당한 로맨티시스트. 내 말이 틀려? 미안한 방법이긴 하지만 이름도 이미 알아냈지. 하지만 면회가…가능할까? 더구나 송치가 끝났다면 음식물의 차입은 곤란할걸….』
동생의 눈이 불그스레 젖어 들었다. 어쩌면 동생도 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을지 모른다.
『책을 읽지 않길래 대충 짐작하고 있었지.』
『그것보다도 사실은 오빠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묻고싶지 않아요. 왠지 오빠가…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애요.』
나는 말없이 돌아서서 이층의 계단을 올라갔다. 자꾸만 계단을 헛디뎠다. 물론 나는 아무 말도 대답할 수가 없어. 대낮부터 엎어져서 일기나 끄적거리고, 남의 행복을 깨부순 돈으로 병원 간판이나 기웃거리는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서투른 기억은 잊는게 좋아.
너의 정연한 독서를 바라보는 그 위태한 즐거움, 혹은 안쓰러운 회상을 통해 내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으로부터 비켜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으로 나는 충분해. 설사 내가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슬픔의 순간에서 새로운 절망의 시작을 또다시 확인하더라도 나는 아무 말도 너에게 전해줄 수 없어.
저녁 식사가 끝난 후 화단에 다녀온 형은 쥐가 아직 살아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잠들기 전에는 충분히 죽어줄 것이라는 확신을 전했다. 코피잔을 만지작거리며 선영이는 조용히 형의 들뜬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쥐덫을 흔들어 보기까지 했는데 이젠 거의 움직이지도 않더구만.』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형수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는 애매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결국은 그렇게 되고마는군. 아무 것도 달라질 수는 없었다.
습관적으로 모여 앉아 코피를 마시고 모두들 제각기의 방으로 돌아가면 그만인 것이다. 오늘밤 선영이의 눈은 또다시 충혈될 것이고 나는 제법 어지러운 꿈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 맨드라미는 아직 시들지 않았고 또 설사 시들어버린다 해도 겨울은 다가올 것이며 그때가 되면 형수의 새로 산 저금통은 흘러넘칠 것이다. 내년이 되면 형수는 또한 더 많은 맨드라미를 심을 것이다. 전축판이 온 집안을 가득 채우고 개미허리를 한 형수의 웃음과 딸년의 재롱은 늘어갈 것이다.
형에게 코피를 건넨 선영이가 제방으로 돌아가자 억지에 가까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형은 나의 결혼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그 여자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이라는 말이 불필요하게 반복되었다. 내 생활의 경제적 타결책이 그럴 듯하게 제시되었고 나중엔 누구의 생각인지 자업자득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팔짱을 낀 채 형수는 말없이 듣고 있었다.
『알겠어요. 하지만 다 지난 일 입니다.』
늘 그렇듯 나는 애매한 대답으로 얼버무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형이나 형수는 아직도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녀의 아버지가 중앙관청의 꽤 높은 공무원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이미 물그릇이 엎어지고 난 후였다. 정말 난감한 노릇이었다. 도대체 과거의 일들을 여자에게 순순히 얘기해 주는 놈이 몇이나 될까.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여자가 그녀 아버지에게 매달렸지만 어림없는 일이었다.
누구를 원망할 것도 없이 그녀와 나는 허둥지둥 치기어린 불씨의 흔적을 없앴다. 의외로 선선히 응하는 여자의 태도가 조금은 서운했지만 사실 나로서도 다행한 일이었다. 그녀에 대한 어떤 죄의식을 느낄 사이도 없이 그쪽에서 서둘러 모든 일을 마무리지었고 막판에 무슨 악몽이라도 떨친 듯이 홀가분한 표정들이었다. 딸 가진 어머니의 심정이니 도의적 책임 따위와는 애초부터 차원이 다른 얘기였지만 형이나 형수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의외의 조용한 파국에 어리둥절한 모습들이었다.
내방으로 들어와 새로 꺼내든 술병이 바닥날 때까지 나는 화단의 쥐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놈은 어떻게 됐을까. 일찌감치 자리에 들었는지 아래층은 조용했다. 오늘도 선영이는 일찌감치 집으로 들어왔다. 역시 그 남자를 못 만났을 것이다. 스스로의 침잠 속에서 모든 것을 참아내고 있는 동생이 굳이 내게 묻고싶어 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 요즘의 내 모습에 대한 단순한 의문이었을까.
화단에 내려가 보고 싶은 충동을 떨쳐내기 위해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에게 조건 지워진 운명은 어떤 것일까. 불도 끄지 않은 채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이따금 잠을 깰 때마다 눈부신 형광등의 불빛이 지리하게 연속되는 꿈처럼 아득하게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눈을 뜬것은 아래층의 소란과 다급한 외친 때문이었다.
『도, 도, 도둑….』
볼썽 사나운 옷차림으로 형과 형수는 플래시를 들고 현관에서 어쩔줄 몰라 하고 있었다. 심하게 흔들리는 플래시의 불 빛 사이로 누군가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누, 누구요 당신.』
당치도 않은 경어까지 구사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서는 형의 뒷덜미를 날랜 솜씨로 형수가 잡아끌었다. 빌어먹을. 마치 애원이라도 하듯 은연한 형수의 눈길을 피하며나는 맨드라미가 염병하게 만발한 마당으로 내려섰다.
『조심해 종우야.』
철저하게 단련된 형의 안일함과 무기력하게 외쳐대는 그의 허겁스런 목소리를 일축하듯 나는 플래시를 꺼버렸다. 달빛에 비친 정원수의 어지러운 나무그늘을 밟으며 나는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갔다. 도둑은, 아니 선영이는 마당 한구석의 쥐덫 앞에 꼼짝도 않고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흔들리며 물결치는 동생의 옆 어깨로 달빛이 엷게 비쳤다.
물음부호 같은 그 이름의 사내….동생은 울고 있었다. 마치 그들만의 은밀한 대화인양 쥐덫에 넣어진 빵 조각과 김밥들을 나는 한참동안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것은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내 불운의 한때, 그 감금의 시기에, 무조건 울고있는 어머니 옆에서 게걸스럽게 김밥을 처먹어대던 나의 모습과 손을 잡고 따라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동생의 모습을 달빛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회상시켰다. 채 삼키지 못한 김밥을 우물거리며 돌아선 분리대 저편에서 동생은 입을 가린 채, 그러나 눈물이 가득한 두눈으로 똑바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자신의 허기마저 잊었는지 미동도 않고 엎어져 있는 불행한 감금자를 꺼낸 후 형은 턱없이 과장된. 동작으로 쥐덫을 발로 우그러뜨렸다. 담장을 넘어온 바람이 조금씩 마당의 살어둠을 거둬가고 있었지만 아직은 꽤 남은 어둠 때문인지 낫을 놀리는 형의 손길이 심하게 내뱉는 상소리들만큼이나 자꾸만 서툴렀다. 건네준 담배마저 사양하고 형수는 그런 형의 모습을 오래도록 말없이 바라보며 서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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