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세계 교량 건설의 새 역사, 중국이 써간다?

중앙일보

입력 2017.11.09 13:00

내년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cross-sea bridge)가 개통된다.바로 중국 주하이(珠海)-홍콩-마카오를 잇는 주강아오 대교(珠港澳大桥)다.

이 다리는 홍콩 역사상 최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이자 중국 주강 삼각주(珠三角)/다완취(大湾区)* 지역의 경제를 잇는 이른바 '대교 경제' 시대를 여는 역사적인 다리로 평가 받고 있다.

*다완취: 광저우, 포산(佛山), 자오칭(肇庆), 선전, 둥관, 후이저우(惠州), 주하이, 중산(中山), 장먼(江门) 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 두 특별행정구를 포함하는 지역.

2018년 이 다리가 개통되면 상당한 규모의 경제권이 형성될 전망이다. 홍콩(약 381조 8500억원), 마카오(약 53조 5000억원), 주하이(약 38조 5000억원) 간 경제 연계성이 한층 강화되기 때문이다. (2016년 GDP 기준)

2018년 9월 완공 예정인 싱캉터(?康特) 대교. [사진 텅쉰차이징]

2018년 9월 완공 예정인 싱캉터(?康特) 대교. [사진 텅쉰차이징]

중국은 주강아오 대교 개통을 앞두고 "세계 교량의 역사를 계속해서 쓰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교량 기술은 국가의 종합 실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온갖 최첨단 기술과 공법이 집합돼 있기 때문.

"세계 교량 건설의 역사를 보려면 1970년대는 유럽과 미국을, 1990년대는 일본을, 2000년 이후로는 중국을 보면 된다"는 말을 할 정도다. 저우하이타오(周海濤) 중국 국가교통운수부 최고 엔지니어는 "지난 십여년 간의 노력으로 중국 교량 건설 수준은 세계 일류 수준에 다다랐다"고 자평했다.

미국의 교량 전문가 에릭 사카우스키(Eric Sakowski)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서 1년에 개통되는 교량 수는 10개 정도지만 중국이 연간 개통하는 교량 수는 50개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 100개 중 중국이 지었거나 공사 중인 것이 81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그야말로 미친듯이 다리를 놓고 있다.

중국 교량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차이나랩이 짚어봤다.

중국은 세계 교량의 역사를 쓰고 있다고 자부한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은 세계 교량의 역사를 쓰고 있다고 자부한다. [사진 셔터스톡]

결론적으로 말해 중국은 '다리 부심(다리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기록이 보여주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건설된 스팬(span, 지간, 支間) 1000m 이상의 현수교는 28개. 이중 중국이 건설한 것은 11개다.전 세계에 건설 중인 메인 스팬(main span) 1000m 이상인 현수교는 13개. 이중 중국이 짓고 있는 것은 9개다.전 세계에 건설 중이거나 완공된 스팬 600m 이상의 사장교는 21개인데 이중 17개가 중국 것이다.전 세계에 완공된 스팬 420m 이상의 아치교는 12개. 이중 중국 것이 9개다.

중국이 건설한 초장대교량(Long Span Bridge)의 수는 전 세계 초장대교량 수의 절반을 넘어선다.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초장대교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 세계 최대폭의 도로·철도 현수교도 중국에 있다. 내년에 개통될 주강아오 대교는 바다를 횡단하는 다리 중 세계에서 가장 길다.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중국 단쿤터(丹昆特) 대교.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사진 텅쉰차이징]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중국 단쿤터(丹昆特) 대교.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사진 텅쉰차이징]

[사진 아주주간]

[사진 아주주간]

교량을 포함한 인프라 건설은 중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 경제에서 인프라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9%다. 미국이나 서유럽 등 선진국 수준(2.5%) 대비 훨씬 높은 수치다. 더불어 다리 하나 놓는 데 수백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낙후된 지역의 접근성이 향상돼 빈곤 탈출이 용이해진다.

물론 다리를 너무 많이 짓는 바람에 재정적 부담이 되고 있기도 하다. 교량 전문가 에릭 사카우스키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한 해에만 2만 6100개의 교량을 건설했다. 통행료 수입 문제도 있지만 교량 건설과 관련한 지방 공무원의 부정부패도 골칫거리다. 이는 부실공사, 싸구려 자재 사용, 안전기준 무시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NYT는 지적한다.

현재 개통된 다리 중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 칭다오 쟈오저우완(?州?) 대교. 2011년 6월 개통됐다. 내년 주강아오 대교(55km)가 개통되면 세계 최장 해상대교 타이틀이 교체된다. [사진 텅쉰차이징]

현재 개통된 다리 중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 칭다오 쟈오저우완(?州?) 대교. 2011년 6월 개통됐다. 내년 주강아오 대교(55km)가 개통되면 세계 최장 해상대교 타이틀이 교체된다. [사진 텅쉰차이징]

[사진 아주주간]

[사진 아주주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교량은 고속철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명함이 됐다. 참고로 중국 고속철은 현재 세계 철도 차량 시장 점유율 1위(35%)다. 고속철 수출 계약 국가도 100개국을 넘어선다.

고속철처럼 중국의 교량 건설 기술은 해외로 꾸준히 수출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선 탄자니아와 모로코, 아시아에선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유럽에선 세르비아, 미주에선 미국과 파나마에 진출했다. 중국 교량 기술의 해외 수출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유라시아를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하는 신 실크로드 정책) 전략의 중요 일환이기도 하다.

[사진 아주주간]

[사진 아주주간]

중국의 수많은 다리 중에서도 최근 가장 뜨거운 화두는 주강아오 대교다.

주강아오 대교는 55km 길이의 세계 최장 해상대교다. 다리, 인공섬, 해저 터널을 망라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집합체로 평가 받는다. 중국 교량 건설 기술을 한 눈에 보여주는 다리다.

내년 개통 예정인 주강아오 대교. [사진 아주주간]

내년 개통 예정인 주강아오 대교. [사진 아주주간]

이 다리는 주하이, 마카오에서 링딩양(伶仃洋) 해역을 넘어 홍콩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신촌에서 파주 문산 정도의 거리로, 주강 삼각주(珠三角)-홍콩-마카오 간 1시간 교통권이 형성되는 것이다.

주교량은 29.6km, 해저 터널은 6.7km에 이른다. 터널 양단에는 인공섬을 만들었다. 수명은 120년이다. 내진설계(리히터 규모 8급)와 내풍설계(최대 풍속 200km)가 되어 있다.

주교량 시공에 투입된 액수만 381억 2000만 위안(약 6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중국 본토에서 70억 위안, 홍콩에서 67억 5000만 위안, 마카오에서 19억 8000만 위안을 각각 출자했다. 나머지는 은행에서 조달했다.

주강아오 대교 [사진 아주주간]

주강아오 대교 [사진 아주주간]

2018년 주강아오 대교가 개통되면 홍콩의 국제 금융중심, 해운중심, 무역중심으로서의 지위가 한층 공고화할 전망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인접 지역인 주강 삼각주, 마카오의 경제도 함께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자, 무역, 생활, 관광 방면에서 세 지역간 많은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일국양제 시스템 하에 본토, 홍콩, 마카오 세 지역이 최초로 세계 역사에 남을 교량을 함께 건설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기도 한다. 홍콩 독립파들은 주강아오 대교가 홍콩 내 중국 본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종의 음모로 간주한다.

주강아오 대교 인공섬. [사진 아주주간]

주강아오 대교 인공섬. [사진 아주주간]

물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다리를 짓기 시작할 당시에는 홍콩항의 물동량이 세계 1위였으나 이후 선전, 광저우 등지에 항구가 대거 생겨나면서 홍콩의 지위가 흔들렸다. 설상가상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주강 삼각주의 제조업이 중국 내륙과 동남아로 이전하고 있으며, 주강 삼각주의 산업 형태가 하이테크와 서비스 쪽으로 바뀌고 있어 절대적인 화물 운송량이 줄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홍콩 공항의 화물 운송량이 세계 상위권이며 화물의 70%가 주강 삼각주 지역에서 온다는 것이다. 주강아오 대교가 연말 완공되면 홍콩 공항으로 가는 화물 운송의 일부를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일국양제연구센터가 발간한 '신경제 형세 하 홍콩에 대한 주강아오 대교의 영향과 기회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주강아오 대교 개통 이후 특히 홍콩 란터우섬에 큰 발전 기회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정부는 란터우섬의 비즈니스, 관광 인프라 건설에 대한 실행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는 중이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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