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식당 운영권 미끼로 25억원 빼앗은 대기업 전 노조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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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울산의 한 대형 정유업체 전 노조위원장이 지인들에게 신축 공장 공사장의 함바식당(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등을 주겠다며 25여억원을 빼앗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울산 모 대형 정유업체 전 노조위원장 A씨(48) #함바식당 운영권 주겠다며 2년 동안 9명 속여 #해당 회사 날인 위조해 확인서·계약서 만들어

울산지법은 지난 3일 2009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울산 지역 정유업체 노조위원장으로 근무한 A씨(48)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씨의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사문서 위조 등이다.

A씨는 2014년 7월 지인 B씨에게 자신이 노조위원장으로 있는 정유업체가 울산에 제2공장을 신축하는데 자신에게 시공업체를 선정할 권리가 있다며 5억원을 빌려주면 그 권리를 주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지인은 3억5000만원을 A씨에게 건넸지만 A씨는 애초에 그런 권리나 빌린 돈을 갚을 생각이 없었다.

2015년 5월에는 또 다른 지인 C씨에게“1억원을 주면 공장 신축 공사현장의 식당 운영자로 선정해주겠다”고 해 그 자리에서 1000만원을 받는 등 5회에 걸쳐 1억원을 받았지만 A씨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울산지방법원. [연합뉴스]

울산지방법원. [연합뉴스]

A씨의 사기 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5년 6월 또 다시 지인 D씨에게 20억원을 주면 제2공장 신축공사현장의 함바식당 운영권을 수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A씨는 처음부터 함바식당 운영권을 수주하게 해 줄 생각이 없었음에도 D씨에게 총 6억3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같은 해 지인E씨·F씨·G씨에게서 함바식당과 식당 부대시설 운영권을 내세워 투자금 명목으로 4억원을 받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A씨는 주유소 인수에 실패해 채무가 쌓여 있었음에도 계속 정유업체 노조위원장이라는 직책을 이용, 지인들을 속여 돈을 빌리거나 편취했다. A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9명에 달한다.

A씨는 사기행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함바식당 운영권을 부여받은 것처럼 속이기 위해 해당 정유업체 본부장의 확인서와 근로자 식당 계약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상당 기간 다수의 피해자에게서 25억원이 넘는 투자금 혹은 차용금을 편취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이 노조위원장으로 있는 정유업체나 그 회사에 다니는 직원 명의의 문서를 위조해 활용했다”며 “대부분의 피해자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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