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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무원·공기업만 선호해서 혁신성장이 되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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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주목할 대목이 있다. 13~29세 청년층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국가기관(25.4%)과 공기업(19.9%)이 1, 2위로 꼽혔다. 2년 전 조사 때보다 공공부문 취업 희망자가 더 늘었다. 반면 벤처기업에 가고 싶다는 응답은 2.9%로 2년 전보다 소폭 줄었다. 일과 가정 중 일을 우선시한다는 응답은 43.1%였다. 2년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일과 가정이 비슷하게 중요하다는 응답과 가정을 우선시한다는 답변은 더 늘었다. ‘저녁 있는 삶’과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 트렌드를 보여주는 것이다.

걱정되는 건 우리 사회의 공공부문 일자리 선호 현상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안정된 일자리를 원하는 개개인을 탓할 일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적했듯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국민은 실직의 공포에 짓눌리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로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니 공공부문 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열망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과 공기업 일자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젊은이가 이런 직장만을 얻기 위해 매달리는 나라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올해 사회조사 시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였다. 새 정부의 공공 일자리 창출 정책이 공공부문 선호를 더 부추긴 측면이 있을 것이다. 세계적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몇 달 전 서울 노량진 ‘공시촌’을 찾아 하루 15시간씩 공부하는 수험생들을 만난 뒤에 “한국은 투자처로 흥미 없다”는 말을 했다.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성공 스토리가 노량진에서 나올 리는 없다. 청와대의 일자리 상황판에 이번 조사의 공공부문 취업희망 비율도 함께 적시하기를 바란다. 이 숫자가 떨어지지 않는 한 정부가 뒤늦게 강조하는 혁신성장도 사람 중심 경제도 성공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