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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세]'제2의 두바이' 꿈꾸는 사우디, 여행지로 어떨까

중앙일보

입력

사우디아라비아가 연일 국제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왕실 쿠데타로 왕위 계승자를 갈아치운 뒤 줄곧 그렇습니다. 대대적인 개혁·개방 선언이 있었고, 피의 숙청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관광비자 발급 개시 선언한 사우디

그 중심엔 실세로 등극한 32세의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있습니다. 수많은 왕자 사이에서 권력을 지켜내고, 뜻대로 국가를 통치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사우디를 뉴스의 주인공으로 만든 겁니다.

최근 그는 율법이 지배하는 절대 왕정국가를 정상국가로 바꾸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공개했습니다.
그 프로젝트의 핵심은 석유산업 탈피입니다. 오일머니에 의존하던 국가를 개조해 새로운 산업을 국가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겁니다.
신사업 중 하나가 관광입니다. 개방을 통해 국제도시로 거듭나고, 사막 위의 이국적 관광지로 변신한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처럼 되겠다는 거죠.

지난달 24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 투자 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세계와 협력(FII)'에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족부터). [AP=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 투자 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세계와 협력(FII)'에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족부터). [AP=연합뉴스]

국가 정체성을 완전히 흔들고 개조하는 이 실험이 과연 성공할지 지켜볼 일입니다만, 만약 성공한다면 사우디는 정말 괜찮은 관광지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 [고보면 모 있고 기한 계뉴스]에서는 여행지로서의 사우디를 살펴보려 합니다.

순례객만 연 370만…관광객은 안 받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중앙포토]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중앙포토]

지난 1일 사우디관광청은 “곧 외국인에게 관광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는 국가의 허가를 받은 여행사를 통한 단체 관광객에만 제한적으로 관광비자가 발급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여행하는 이들은 입국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관광 외의 방문 목적을 가진 외국인에게도 사우디는 무척 까다롭습니다. 사업이나 순례 목적일 때, 또는 사우디에 거주 중인 가족을 방문할 때에 한해 단기 비자를 내줍니다.
이마저 비싸고 오래 걸려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닙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가족 방문 비자를 받는데 최소 400파운드(약 58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무비자로 사우디에 입국할 수 있는 이들은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인 바레인·쿠웨이트·오만·UAE 국민뿐입니다. GCC 회원국인 카타르는 최근 단교 사태로 입국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고요.

개방의 핵심, 관광…2020년까지 150만 목표

이렇다 보니 사우디를 찾는 외국인의 절대다수는 성지 순례객입니다. 연간 약 370만 명에 달합니다.
반면 사우디를 방문하는 무슬림 아닌 외국인은 약 20만 명에 불과하고요. 사우디는 이 숫자를 2020년까지 150만 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자, 그렇다면 사우디는 과연 관광지로서 매력적인 국가일까요.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는 게 주요 외신들의 평가입니다.

일단 홍해가 있습니다. 홍해는 유럽인들이 최고로 치는 휴양지입니다. 겨울에도 기온이 25도 안팎으로 온화하고, 1년 내내 따뜻한 바닷물은 오대양 중 맑기로 최고여서 해양 스포츠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이런 홍해에 걸쳐있는 사우디의 서부 해안선은 1800㎞에 이릅니다. 엄격한 율법 때문에 수영복 입고 남녀노소 즐기는 휴양지의 특성을 살릴 수 없어서, 여태껏 천혜의 자연을 방치했던 셈입니다.
그 덕은 이집트가 톡톡히 봤고요, 시나이 반도 남부의 샤름 엘 셰이크가 홍해의 파라다이스라는 타이틀과 연간 600만 명의 관광객을 가져간 겁니다.

홍해 휴양지와 유적지…천혜의 관광자원 

마침내 지난 8월 사우디는 홍해 해안 일부인 200㎞를 따라 호화 리조트를 건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곳에선 비키니를 입을 수 있고 술도 마실 수 있다고 했습니다.
황무지 같은 사막과 코발트색 바다가 때 묻지 않은 채 공존하는 곳이 아라비아 반도의 홍해입니다. 더구나 해안선을 따라 2000m 넘는 바위산이 줄을 잇고, 내륙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화산과 용암지대가 펼쳐집니다. 여행지로써 잠재력이 상당한 거죠.

사우디 북서부에 있는 마다인 살레. 요르단의 고대도시 페트라를 건설한 나바테아인들이 남긴 유적이다.

사우디 북서부에 있는 마다인 살레. 요르단의 고대도시 페트라를 건설한 나바테아인들이 남긴 유적이다.

마다인살레는 2008년 사우디 최초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마다인살레는 2008년 사우디 최초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사우디는 세계적 수준의 고고학 유적지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북서부 알울라 인근에 있는 마다인 살레가 대표적입니다. 2008년 사우디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적입니다.

마다인 살레는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 무렵 나바테아인들이 남긴 유적입니다. 죽기 전에 한 번은 가봐야 한다는 요르단의 고대도시 페트라를 건설한 이들이 나바테아인이죠.

이들은 사우디의 붉은 기가 도는 황톳빛 땅 위에 사암로 만든 무덤들을 지었습니다. 현존하는 무덤 131개는 규모도 압도적이어서, 높이가 20m에 달하는 것도 있습니다.

눈부신 유적을 사우디인들은 오랫동안 외면했습니다. 이슬람 개종을 거부한 나바테아인들의 땅이기 때문에 저주받았다 여긴 거죠. 그 덕에 마다인 살레는 미답의 유적지로 잘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지난 4월 BBC는 여행기사를 통해 이곳을 “사라진 왕국이 남긴 최후의, 그리고 가장 잘 보존된 유적”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이슬람 성지 메카만은 개방 않을 듯 

계획대로 개혁·개방이 진행되기만 한다면, 사우디는 한 번쯤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 될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폐쇄국가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데다, 좋은 자원도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슬람의 성지 메카에 모인 순례객들. 사우디는 관광 개방 뒤에서 메카만은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들에게 개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이슬람의 성지 메카에 모인 순례객들. 사우디는 관광 개방 뒤에서 메카만은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들에게 개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사우디가 큰소리친 것처럼 금세 일반 관광객들을 맞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습니다. 여성 관광객, 동성애자 관광객 등을 사우디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거죠.

관광비자를 준다고 한들, 아바야를 온몸에 두르고 눈만 내놓은 채 여행하고 싶은 여성은 별로 없을 겁니다. 동성애를 태형으로 처벌하는 사우디로 유럽의 동성애자 커플이 여행을 떠나기도 쉽지 않을 테고요. 음주도 쉽게 허용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여성 관광객, 음주 허용 등도 걸림돌

사우디가 관광으로 부흥하려면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완전한 이중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건데, 간단치는 않을 거란 얘기죠.
이 때문에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여행기자인 시몬 칼더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사우디가 두바이나 샤름 엘 셰이크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요.

관광비자가 언제 발급 시작되는지, 조건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슬람 성지 메카가 무슬림이 아닌 자들에게 개방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엄격한 이슬람주의를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겠죠.
과연 젊은 왕세자가 이 모든 한계를 넘어 자신의 야망을 펼칠지 주목됩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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