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료 열악해 가족 이주 꺼려 … 주민 만족도 최하위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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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혁신도시의 한 건물 1층 상가가 임대되지 않아 내부가 텅 비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전남혁신도시의 한 건물 1층 상가가 임대되지 않아 내부가 텅 비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수도권에서 살다가 공공기관에 다니는 남편을 따라 빛가람혁신도시로 이주한 주부 이모(36)씨는 지인과 약속이 있을 때 고민이 있다. 세 살배기 아들을 잠시 맡길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이씨는 “도심과 달리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맡아줄 놀이방이나 체험 프로그램이 가능한 시설이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모 위한 놀이방도 없어” #산부인과 이용 땐 광주·원도심행

빛가람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임직원의 낮은 가족 동반 이주율의 배경에는 열악한 출산·양육 환경이 있다. 3만명 가까이 모여 사는 나주 빛가람동에는 병·의원 8곳, 한의원 3곳 등 19곳의 의료시설이 있지만 산부인과와 종합병원은 없다. 임산부는 차량을 타고 인근 도시인 광주광역시나 나주 원도심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부족한 양육 시설도 문제로 꼽힌다. 나주시에 따르면 빛가람혁신도시에는 유치원 4곳이 있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유치원을 7곳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해 혁신도시 인구가 당초 목표했던 5만명 안팎이 되고 유치원생도 24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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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6살 등 두 자녀를 키우는 주부 옥진주(33)씨는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교육 프로그램 탓에 광주 지역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도 많다”며 “유치원의 질적 개선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 여건도 이전 기관 임직원이 가족 동반 이주를 꺼리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빛가람혁신도시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각각 4곳과 2곳이지만, 대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등학교는 단 한 곳이다. 수도권의 좋은 학군을 벗어나 혁신도시로 이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10개 혁신도시 주민 2022명을 상대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2.4점이었다. 빛가람혁신도시에 대한 만족도는 48.9점으로 꼴찌인 충북혁신도시 40.9점 다음으로 낮았다.

나주=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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