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률을 높여라" 서울 강북 구청들 팔 걷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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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노원구청 공보체육과 사무실. "올해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에 몇 명이 합격했나요? …다섯 명이라고요? 예…."

공보체육과의 김재원 주임은 지난 2주일 동안 관내 고등학교에 전화를 걸어 대입 합격자 숫자를 파악하는 것이 주요 일과다. 김 주임은 특별한 교육 비법이 있는지도 함께 물었다. 구청 소식지에 지역 내 고등학교의 대학 진학 관련 뉴스를 싣기 위해서다.

서울 강북지역의 구청들이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에 대한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학교나 입시학원에만 교육을 맡겨 두지 않고 행정기관이 교육 여건을 좋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강남 지역에 비해 주거 환경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지만 진학률이 높다는 것을 강조해 인구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교육 1번구(區)만들기' 사업을 펼치고 있는 노원구는 150여 개 대입학원이 밀집한 중계동 은행사거리 근처에 위치한 면학 분위기에 방해가 되는 업소들을 가급적 다른 곳으로 이전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최근 대형 PC방이 입주하려고 했으나 구청은 허가를 반려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학부모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입시 전문기관과 공동으로 입시설명회를 열었다. 성북구는 '으뜸교육도시추진단'을 만들어 교육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추진단은 고려대 등 관내 9개 대학과 협조해 관내 저소득층 수험생들에게 영어.수학을 가르치는 과외교실을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도봉구는 강남의 유명 입시학원 분원을 유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쌍문동에서 방학동에 이르는 1km의 거리를 학원가로 만드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도봉구 정강인(56) 문화체육과장은 " 건물주들에게 행정지도를 통해 학원 입주를 장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봉구와 성북구는 강남구가 자체 제작.방송하는 인터넷 수능 강의가 수험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자 강남구와 협정을 해 2월부터 이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무료로 구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인터넷 강의를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구청이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자치구가 관내 고등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나서겠다는 것을 만류할 이유는 없지만 사교육을 조장하고 학교 간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나가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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