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 로스 상무장관과 푸틴 사위, 조세회피처 통해 수상한 거래

중앙일보

입력 2017.11.06 14:09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사업과 정치 경력에서 핵심 역할을 한 윌버 로스 상무장관. [AF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사업과 정치 경력에서 핵심 역할을 한 윌버 로스 상무장관.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조세회피처의 회사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위가 운영하는 기업에 투자해 거액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관련해 경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기업의 관계자들과 거래한 것이어서 ‘러시아 커넥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사유 재산 1000만 파운드(약 145억원)도 조세회피처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를 폭로했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5일(현지시간)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뮤다의 로펌 ‘애플비'(Appleby)의 내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내용을 공개했다. ICIJ는 탈세자들의 낙원이라는 의미로 이들 문건에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로스 장관은 케이맨 제도에 설립한 ‘WL 로스 그룹'을 통해 2011년 조세회피처인 마셜제도에 본사를 둔 해운회사 네비게이터 홀딩스의 지분을 인수했다. 내비게이터는 푸틴 대통령의 사위인 키릴 샤말로프와 미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기업인 제너디팀첸코, 레오니드 미켈슨 등이 공동 소유한 에너지기업 시부르와 오일ㆍ가스 수송 계약을 맺였다. 이후 연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로스 장관이 제재 대상 기업인의 소유 회사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한 셈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회사 내비게이터를 통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위 및 미국 제재대상 기업인들이 주주인 러 회사 시부르와 거래한 구조. [BBC 캡처]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회사 내비게이터를 통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위 및 미국 제재대상 기업인들이 주주인 러 회사 시부르와 거래한 구조. [BBC 캡처]

 로스 장관은 1990년대 트럼프 대통령이 운영하던 카지노의 파산을 막는 데 기여하는 등 25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다. 트럼프의 자서전 작가가 “로스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백악관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최측근이다.
 미 상무부 대변인은 “로스 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사위 등과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로스 장관이 관리하는 투자펀드가 내비게이터 주식의 과반을 가진 적도 없고, 시부르 자체는 경제 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리처드 블루멘탈 미 민주당 상원의원은 “미국인들은 철저한 조사가 있은 후에야 로스 장관이 적임자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사를 촉구했다.
 대선에서 거액의 선거자금을 후원하며 트럼프를 지지했던 이들의 이름도 등장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 설립자 폴 싱어,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헤지펀드 투자자 로버트 머서 등이 애플비의 고객 명단에 있었다. 러시아 사업가 유리 밀너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제러드 쿠슈너의 부동산 업체에 투자한 것도 발견돼 도덕성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EPA]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EPA]

 영국 여왕의 재산을 관리하는 랭커스터 공국은 여왕의 재산 1000만 파운드를 조세회피처인 케이맨 제도와 버뮤다의 기금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는 빈곤층을 착취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영국 가전ㆍ생활용품 체인 브라이트 하우스 등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랭커스터공국 측은 "여왕은 어디에 어떤 투자가 이뤄지는지 알지 못하며 부적절한 투자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BBC는 여왕의 재산이 불법 투자된 정황은 없지만, 역외 투자에 참여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오른쪽)와 그의 정치자금 모금책인 스티븐 브론프맨. [AP]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오른쪽)와 그의 정치자금 모금책인 스티븐 브론프맨. [AP]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측근이자 그의 정치자금 모금책인 스티븐 브론프맨은 케이맨 제도에서 운용 중인 펀드에 수백만 달러를 옮긴 게 드러났다. 다국적 기업인 애플과 나이키 등도 역외기업을 보유하며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도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록그룹 U2의 리더 보노는 몰타를 경유해 리투아니아의 한 대형 쇼핑몰을 비밀리에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유출된 문서는 1340만건에 달하고, 세계 67개국 언론사가 공동 분석에 참여했다.

영국령 버뮤다의 로펌 '애플비'의 유출 자료 분석 결과
로스, 미 제재대상 기업인 운영 러 회사서 큰 수익 올려
트럼프 카지노 파산 막은 측근…'러시아 커넥션' 증폭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재산도 조세회피처에 투자
빈곤층 착취 비판받는 생활용품 체인점에도 일부 투자

트뤼도 캐나다 총리 정치자금 모금책도 세금 탈루 의혹
탐사보도언론인협, 작년 이어 '파라다이스 페이퍼' 공개

탐사보도언론인협회 분석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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