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교회에서 총기난사...최소 26명 사망(종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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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우 기자

미국 텍사스 지역의 한 교회에 침입한 괴한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26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한달여전 라스베이거스에서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난사 사건이 아직 마무리도 안된 상태여서 미국 사회가 또다시 비탄에 빠졌다.

360여명 사는 동네 교회에 괴한 침입 #예배보던 신도들 향해 무차별 사격 #공군출신 백인 총격범은 숨진채 발견

5일(현지시간) AP와 CNN 등에 따르면 텍사스 남부 서덜랜드 스프링 지역의 제1침례교회에서 오전 11시 20분쯤 무장한 용의자가 침입해 예배를 보던 신도들에게 마구 총을 난사해 26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교회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예배가 진행 중이었다.

사망자 중에는 이 교회 목사의 14살 딸과 8개월 된 임신부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희생자 연령대가 5세부터 72세까지 광범위한 것으로 미뤄 총격범이 무차별 사격을 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지금까지 총 사망자 26명 가운데 23명은 교회 안에서, 2명은 바깥에서 각각 시신으로 발견됐다. 또 한 명은 병원에서 숨졌다.

텍사스주 서더랜드 스프링의 사건현장 주변을 경찰과 보안관들이 통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덜랜드 스프링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남동쪽으로 48㎞ 떨어진 조그만 마을로, 2000년 인구조사 센서스에서 362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레그 애보트 텍사스주 주지사는 브리핑을 통해 “텍사스 역사상 최악의 총기사고가 발생했다”며 “무고한 텍사스 가족 2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비통해했다. 전체 마을 인구의 7%가 비참하게 목숨을 잃은 것이다.

총격범은 샌안토니오 북동쪽 코멀 카운티에서 온 데빈 켈리(26) 인 것으로 밝혀졌다. 백인 남성으로, 부모가 소유하고 있는 100만 달러짜리 주택에서 살고있다. 뉴멕시코주에서 공군으로 복무했고, 2014년 결혼했다. 군복무하는 동안 자신의 처와 아이를 폭행한 혐의로 군법회의에 기소되기도 했다.

켈리가 무슨 이유로 자신의 집에서 50㎞ 정도 떨어진 서덜랜드 스프링의 교회를 타깃으로 삼았는지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 범행동기 또한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한 모방범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총격범이 범죄단체에 소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지만 경찰은 “테러단체와 연관성은 없어보인다”고 거리를 뒀다.

텍사스 서덜랜드 스프링의 사건현장인 제1침례교회에 경찰이 출동해 조사중이다. [AP=연합뉴스]

켈리는 교회에 들어왔을 때 검은색 전투복 차림에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목격자는 전했다. 한 목격자는 “총격범이 여러 차례 총탄을 재장전하면서 총을 쐈다”고 말했다. CNN은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교회 내에서 20발 넘는 총성이 들렸다고 전했다. 경찰은 총격범이 미국 총기난사 사건의 단골 무기인 반자동 소총 AR-15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M-16의 전신으로, 무기상에서 500∼900 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텍사스주 공중안전부 프리먼 마틴에 따르면 켈리는 교회 건너편 주유소 앞에서 잠시 멈춘 뒤 길을 가로질러 교회 앞에 주차했다. 차에서 내린 켈리는 외부에서 총을 한차례 쏜 뒤 교회 안으로 들어가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교회 밖으로 나온 켈리는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주민들과 잠시 교전을 벌인 뒤 육박전을 벌이다 총을 내려놓고 인근 카운티인 과달루페 방향으로 달아났다. 동네주민과 추격전을 벌인 켈리는 얼마 못가 도로 밖으로 이탈했고, 곧이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카운티 커미셔너인 하젝은 “그가 도망치다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텍사스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넘쳤다. 이날 아침 무릎이 좋지않아 교회에 가지못한 샌디 워드는 며느리와 세 명의 손자가 총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5살짜리 손자는 4발의 총알을 맞고 수술중이다.
14살 막내딸을 잃은 목사 프랭크 포메로이는 이날 아침 오클라호마를 다녀오느라 총격을 피할 수 있었지만 막내딸과 친구들을 잃은 슬픔에 말을 잇지못했다. 이날 저녁 희생자를 애도하고 그 가족을 위로하려는 텍사스 인들이 서덜랜드 스프링으로 모여들었다.

아시아 순방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트위터를 통해 “내가 일본에서 그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다. 텍사스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사상자와 주민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연방수사국과 사법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현지 기업가를 상대로 한 강연에서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이 예배 장소에 있을 때 이런 악마의 행동이 일어났다”며 “미국인들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뭉쳐서 손을 잡고 팔짱을 끼며 눈물과 슬픔을 통해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