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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교수'가 '아내 대학원생'에 A+ 줬다는데...대학, 갑질조사

중앙일보

입력

[사진 교수-대학원 갑을 웹툰 캡처]

[사진 교수-대학원 갑을 웹툰 캡처]

대학교수가 자신의 대학원 수업을 듣는 아내에게 별도의 연구공간을 마련해주고 성적은 최고 점수인 A+을 줬다고 한다. 아내는 같이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들에게 “오늘 남편 심기가 불편하니 조심하라” “너희들 때문에 남편이 피곤하다”는 등의 발언도 했다고 학생들은 주장한다. 대학원생들은 교수 부인의 발언에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주장한다. 교수 측이 사실 관계를 부인하는 가운데 대학 측이 교수부부의 갑질 논란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부산 A대 40대 교수, 대학원생 아내에게 별도 좌석 마련해주고 A+학점 #아내 B씨, 다른 대학원생들에게 “남편 심기 안좋으니 조심해라” 등 발언 #A대학 “대학인권센터 통해 조사…결과 따라 징계 결정”

6일 부산 A대학에 따르면 B(42) 교수는 지난 2015년 3월 이 대학 인문사회대 동남아지역원 소속 조교수로 임용됐다. 국책사업인 인문한국사업(HK)을 담당하는 자리다. B교수는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의 글로벌지역학 수업을 맡았고, 2016년 3월 이 교수의 아내 C씨(39)는 2016년 3월 이 대학의 일반대학원에 입학했다.

B교수는 동남아지역원 소속 대학원생들을 위해 마련된 연구실에 아내를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 일정한 조건을 갖춘 대학원생에게 주는 자리인데 C씨는 첫 학기부터 자리를 배정받았다. C씨는 자기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배치를 새로 하면서 대학원생들과 갈등을 겪었다.

C씨는 B교수가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대학원생들에게 말하며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2016년 2학기때 남편 수업을 듣는 특정 학생을 지목해 “오늘 우리 남편 심기가 불편하니 조심하라”고 다그치기도 했다고 학생들은 주장하고 있다. 남편이 수업 시간 중 피곤하다고 하자 C씨가 “대학원생들이 잘했으면 안 피곤했을 텐데”라며 학생들을 질타했다고 덧붙였다. 아내는 또 남편인 B 교수 수업에서 최고 점수인 ‘A+’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A 대학. [사진 중앙포토]

부산 A 대학. [사진 중앙포토]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낀 대학원생 6명은 지난 3월 동남아지역원장과 일반대학원장을 찾아가 중재를 요청했다. 이 사실을 안 B교수는 학생에게 “나를 찍어 내리려고 찾아갔느냐”며 2시간 정도 심문해 대학원생과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결국 B교수를 논문 지도교수로 둔 대학원생 2명 중 1명은 자퇴하고, 1명은 휴학한 상태다. B교수 수업을 들었던 또 다른 대학원생은 학위를 받지 않고 수료만 한 상태다.

일반대학원장이 중재에 실패하고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학원생들은 지난 9월 학교 내 마련된 대학인권센터에 부당처우와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며 진상조사를 의뢰했다. 신고를 접수한 대학인권센터는 현재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다. A대학 관계자는 “B교수가 아내에게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 부당처우에 해당하는지, 아내의 발언으로 대학원생들이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호소하는 부분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의 주장에 대해 B교수는 “아내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은 사실이 아니다. 수업 자체가 절대평가라 아내에게만 ‘A+’ 준 것도 아니다. 학생을 다그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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