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풍계리 인근 주민들, 원인 모를 귀신병 시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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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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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일대 주민들이 핵실험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길주군 출신 탈북자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할 때 일반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탈북민이 참여한 북한 연구 단체 샌드연구소(구 통일비전연구회)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길주군 출신 탈북민 21명을 심층 면담해 조사한 결과 풍계리 인근 주민들이 여섯 차례 핵실험으로 인해 다양한 피해를 당했다고 조선일보가 6일 보도했다.

한 탈북자는 길주군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항문과 성기가 없는 기형아가 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핵실험 전 주민들을 동원해 구덩이를 깊게 파고 폭발 실험을 하는데 강물에 팔다리가 다 잘려나간 시체가 둥둥 떠내려오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도 전했다.

북한의 잦은 핵실험으로 길주 지역 특산품이던 산천어와 송이버섯이 사라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길주군 산림 공원 출신 탈북민은 “길주 지역 산에 묘목을 심으면 80% 이상이 죽는다”고 했다. 길주군 주민들은 또 원인을 알 수 없는 귀신병(두통)으로 고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풍계리 2차 핵실험까지 경험했다는 탈북자는 “1차, 2차 핵실험 당시 풍계리에 있는 군관 가족만 갱도에 대피시켰다”며 ”일반 주민들에게는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할 때마다 “방사능 누출이 전혀 없었고 주변 생태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했지만 정작 길주군 주민들의 평양 출입은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평양의 대형 병원에 예약했던 길주 주민들이 6차 핵실험 이후 평양 출입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1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풍계리 실험장에서 일하는 군인과 그 가족이 평양근교의 병원에서 피폭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지하갱도를 만드는 공사 중 붕괴사고가 일어나 200여명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보도한 바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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