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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목표가 시세 절반"…모건스탠리 보고서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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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J report] 이슈추적 

셀트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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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주주 대 모건스탠리. 공매도를 주제로 진실 게임이 한창이다. ‘누구 말이 맞나’. 논란의 이면을 추적했다.

① 유령 직원이 리포트 작성? #회사 “재직 중인 연구원이 만들어” #② 지금 주가는 17만원대인데 #바이오시밀러 경쟁 심화 내세워 #③ 왜 모건스탠리만 문제인가 #주주들 ‘공매도 세력’으로 의심해 #“고객 거래 내역” 해명에도 의혹 계속

발단은 지난달 19일(한국시간) 모건스탠리에서 나온 11쪽짜리 주식 분석 보고서다. 18일 바이오주의 대표격인 셀트리온 주가는 코스닥에서 코스피로의 이전 상장 기대감에 종가 기준 19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제니퍼 김 연구원은 현재 주가의 절반도 안 되는 8만원을 목표가로 제시하며 ‘비중 축소’ 의견을 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 따라 널뛴 셀트리온 주가

모건스탠리 보고서 따라 널뛴 셀트리온 주가

이어진 외국인의 매도세, 쏟아지는 공매도 물량에 셀트리온 주가는 17만원대로 떨어졌다. 공매도 잔액을 대량으로 갖고 있는 모건스탠리가 주가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려 일부러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셀트리온 소액주주 사이 불거졌다.

‘제니퍼 김은 실존 인물인가’. 셀트리온 주주들이 가장 먼저 제기한 의혹이다. 일부 주주들은 과거 기사를 근거로 들면서 제니퍼 김이란 이름의 모건스탠리 직원은 이미 해고된 상태라며 가짜 연구원, 가짜 보고서가 셀트리온 주가를 흔들었다는 주장을 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모건스탠리 측은 “실제 재직하고 있는 연구원(애널리스트)이 맞다”고 확인했다.

현재 주가 5만8300원(3일 종가 기준)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을 헷갈린 것 아니냐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모건스탠리는 “혼동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모건스탠리 측은 목표가를 8만원으로 제시한 이유로 바이오시밀러 업계가 직면한 가격 인하 압박과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하이브리드 바이오시밀러 기업과의 경쟁 심화 등 두 가지를 들었다.

공매도 논란 중심에 선 외국계 금융사

공매도 논란 중심에 선 외국계 금융사

사실 셀트리온에 대한 박한 평가는 모건스탠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시장 전체를 놓고 본다면 매우 작은 회사다. 셀트리온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글로벌 증권사 자체가 소수다. 관련 보고서를 비정기적으로라도 발간하고 있는 곳은 모건스탠리와 도이체방크, 씨티 정도다. 도이체방크가 제시한 목표 주가(8월 기준)는 8만7200원으로 모건스탠리와 큰 차이가 없다. 지난달 30일 나온 씨티 보고서 역시 목표가를 11만3000원으로 잡았다. 국내 11개 증권사에서 목표가를 평균 19만8400원으로 보고 있는 것과 차이가 크다.

셀트리온 목표 주가 비교

셀트리온 목표 주가 비교

셀트리온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다른 외국계 증권사도 있는데 왜 모건스탠리만 논란의 중심에 섰을까. 모건스탠리가 보고서를 낸 시점은 세계표준시(GMT)를 기준으로 지난달 18일 오후 3시 35분, 24일 오후 11시 11분, 25일 오전 1시 15분이다. 한국시간으로 하면 19일 자정, 26일 오전이다. 모두 셀트리온 주식 가격(종가 기준)이 19만원대를 기록한 지난달 18일, 24일 바로 다음 날이다. 공교롭게도 모건스탠리는 셀트리온 주가가 역대 최고 수준인 19만원을 돌파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매도(비중 축소, Underweight)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리고 셀트리온 주가는 17만원대로 하락했다.

모건스탠리 측은 “지난해 1월 목표 주가 7만1000원으로 셀트리온에 대해 비중 축소 의견을 내기 시작했으며 그해 5월 8만원으로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며 “이후로 해당 목표가를 변경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의 리서치 부문(조사부)은 국제 관행과 규정에 따라 사내의 다른 부서로부터 독립돼 있다”며 공매도 물량을 담당하는 투자 부문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모건스탠리의 셀트리온 주식 공매도 잔액은 대체로 고객의 거래와 관련된 헤지(위험 회피) 거래에 대한 내역”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의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셀트리온 공매도 잔액 가운데 0.5%를 이상을 보유한 상위 5개사에 모건스탠리 이름이 올라가 있다. 오랜 기간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에 지치다 못해 ‘코스닥 탈출’까지 선언한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에게 모건스탠리가 논란의 빌미를 준 측면은 있다. 박창호 공매도개선모임 대표는 “금융 당국에서 계속 뒷짐만 지고 있다면 개인투자자 사이 음모론 확산, 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만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주나 해당 기업을 의식해서인지 대체로 국내 증권사는 외국계 증권사에 비해 ‘매도’ 의견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모건스탠리의 매도 보고서에 국내 주주들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조건 외국계 투자자, 공매도는 나쁘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주가 조작의 명확한 증거가 있다면 강력히 처벌하되 공매도의 순기능은 살려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감독기관도 공매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은 3일 취임식에서 “공매도는 그 순기능을 적극적으로 알리되 이를 악용한 불공정 거래는 철저하게 적발하고 엄중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해 대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공매도(空賣渡)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없는(空) 주식을 판다(賣渡)’는 뜻.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기관으로부터 빌린 다음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방식. 이후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되사서 갚아 차익을 낸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많은 이익을 얻는다.

조현숙·이새누리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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