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업체들 정리·통합 불가피 '금융권 빅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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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은행과 보험회사가 장악했던 금융시장 주도권이 '제2금융권(증권업계 및 자산운용업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구멍가게' 수준의 중소형 금융업체들은 대거 통합.정리되는 '빅뱅'이 불가피하다.

증권관련회사들에겐 당장 발등의 불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4~5개의 대형사만이 살아 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현재 6개 투자 영역과 파생상품을 모두 취급하려면 자본금 규모가 1415억원 이상 돼야한다"며 "(증권사들이) 투자전문금융사로 전환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현재의 자본금 기준을 더 이상 강화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또 증권사간 통합이 쉽게 이뤄지도록 세제 지원 등을 적극 검토중이다.

10여개 대형 증권사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태크스포스(TF팀)을 만들고 변신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정부 구상대로라면 이 중에서도 상당수는 먹고먹히는 인수합병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소형 증권사나 자산운용업체들은 한두개의 전문영역이나 틈새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길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한 소형증권사 대표는 "틈새 시장(Nitch market)을 찾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과 보험권도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중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결제 계좌 업무 등을 넘겨주면 고객 이탈도 우려된다"며 "은행만큼 건전성이나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증권업계에 은행 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것은 일종의 특혜"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은행이나 보험사가 종합투자회사로의 변신을 꾀할 가능성은 낮다는게 금융계의 관측이다. 대다수 은행이 이미 증권사를 계열사로 갖고 있는 데다 보험업계는 사업 영역이 다소 차별화돼 있기 때문이다.

당장 급해진 곳은 자산운용업계다. 지금도 자금이나 판매에서 우위에 있는 증권사가 자산운용까지 겸용하게 되면 업계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데다 투자자 보호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협회 윤태순 회장은 "증권사가 자산운용사를 겸용하면 주식 매매 등에 이해가 엇갈려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표재용.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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