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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의 공격적 절세… 스웨덴이라면 장관 절대 못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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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과 ‘절세(節稅)미인’ 이항영 세무사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왼쪽)과 이항영 선경세무법인 대표는 ’누구나 절세할 수 있지만 부의 대물림에 대해 말과 행동이 다른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왼쪽)과 이항영 선경세무법인 대표는 ’누구나 절세할 수 있지만 부의 대물림에 대해 말과 행동이 다른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절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의 대물림’을 신랄하게 비판해 온 그 자신이 거액 자산을 대물림받은 장본인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성년자에게 외조모의 재산을 바로 물려주는 ‘격세 증여’와 ‘쪼개기 증여’가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홍 후보자의 아내와 딸 사이에 2억2000만원의 금전소비대차계약(차용증)까지 쓴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 인터넷 회원을 이끄는 김선택(57)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을 만나 ‘홍종학 절세’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증여·상속 전문가인 이항영(45) 세무사의 실무 의견도 들어봤다. ‘절세(節稅)미인’으로 유명한 이씨는 국세청 출신의 스타 세무사다.

[김동호의 직격 인터뷰] #절세 자체는 납세자 정당한 권리 #그러나 미성년 대차계약 드물어 #다시 현금 돌려주면 실효성 없어 #소송하면 대법원 판결까지 봐야 #홍종학 말과 행동 달라 신뢰 훼손 #조세신뢰 높은 스웨덴선 사퇴해야 #한국은 증여세율부터 낮추고 #세금 도덕성 높여야 문제 해결

국민은 혼란스럽다. 부의 대물림을 비판하면서 자신은 거액의 자산을 대물림받았다. 2012년 21억7000만원이던 재산은 올해 55억원7000만원으로 5년 만에 34억원 증가했다.
“일단 형식적으로 봐선 합법적으로 절세를 했다. 다만 부모와 미성년 자녀 간에 차용증을 쓴 것은 조세회피에 해당한다. 조세회피는 탈세·조세포탈과는 다른 것으로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언행 불일치 아니겠나.”(김선택·이하 김)
현업에 있는 세무사의 입장은 어떤가.
“고액 자산가들은 자식을 건너뛰고 손주에게 바로 재산을 넘기는 세대생략(격세 증여)과 쪼개기(분산 증여)를 많이 한다. 증여세는 누진세율(10~50%) 구조여서 분산증여하면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절세 차원에서 고객들에게 자주 제안하는 방법이다.”(이항영·이하 이)
문제는 미성년자 차용증 아닌가.
“이번 사례에서 보면 8억6500만원의 빌딩 지분을 초등학생 손녀에게 물려주면서 증여세 2억2600만원이 나왔다. 할머니가 증여세까지 대납했다면 현금에 대한 증여세까지 과세되므로 세금은 3억9100만원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증여세는 부모가 대납을 한다. 부모가 대납하면 할머니의 증여세와 따로 계산되므로 10~20%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세부담은 훨씬 줄어든다. 그렇게 했다면 증여세는 2억6500여만원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부모가 대납하지 않고 차용증을 써서 빌린 돈으로 납부하게 함으로써 절세가 극대화됐다.”(이)
이례적이란 뜻인가.
“이자는 어차피 엄마에게 가는 것이므로 한 가정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낮은 부담인 2억2600만원에 증여세 납부를 끝내게 된 것이다. 표면상으로 보면 격세 증여와 쪼개기를 했는데 일반적인 관행이다. 그런데 미성년자에 대한 금전소비대차계약은 보기 드물다. 증여세를 부모가 대납하면 발생되는 추가 증여세 4000만원을 줄이기 위해 초등학생인 미성년자가 부모에게 빌리는 형식을 취해 증여세를 납부했다는 것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절세라고 할 수 있다.”(이)
문제는 과연 가족 간에 실질적 돈 거래가 이뤄지겠느냐는 점이다.
“부모·자식 간에도 무상으로 돈을 빌려주면 세법상 증여로 추정된다. 그러나 차용증을 작성하고 이자를 지급했다는 입증 자료를 제시하면 국세청이 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이)
그러나 집에 5만원권을 잔뜩 쌓아놓고 현금으로 돌려주면 확인할 길이 있나.
“우리나라는 부모들이 자식에게 현금을 많이 준다. 세법상으로는 증여세 대상인데 법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번처럼 상가라면 팔아서 현금이나 귀금속으로 돌리면 증여세를 안 낼 수도 있다. 그런데 아마도 월세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미래 가치를 고려해 증여했을 거다. 부동산이니 과세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거다.”(김)
조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
“절세·조세회피·탈세·조세포탈을 잘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절세와 조세회피는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미성년 자녀의 차용증 작성이 유효한지는 판례나 심판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세청이 차용증을 부인하고 엄마가 증여세를 대납한 것으로 보아 과세를 할 여지가 있고 소송이 붙게 되면 대법원 판결까지 가봐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부자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김)
왜 그런가.
“세법이 불합리하고 지금처럼 최고세율이 50%에 이르면 누구나 공격적인 절세를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세금 걷어서 낭비하고 과세가 공평하지 않은 조세 후진국에선 그렇게 된다. 우리는 사업자 탈세가 너무 많다. 탄자니아 같은 아프리카 빈국에서는 세금 내면 권력자들이 착복하기 때문에 세금 안 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의 조세 신뢰도가 낮으니 부자들 사이에서 세금을 많이 내면 멍청하다고 생각한다.”(김)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건가.
“우리도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 조세 신뢰가 낮고 세율이 높으니 부자들은 세금을 내기 싫어하고 세무대리인들은 이번처럼 공격적인 조세회피 컨설팅을 해주고 돈을 번다. 세율이 높아 절반을 국가가 가져가는 상황에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절세를 하게 된다.”(김)
세율을 낮춰야 하나.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일본 다음의 2위 수준으로 증여·상속 세율이 높다. 실질 세부담은 제일 높다. 그런데 캐나다·스웨덴·호주·뉴질랜드는 상속·증여세가 아예 폐지됐다. 평소 소득세를 통해 낼 세금을 다 냈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폐지하라는 건 아니지만 세율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김)
실무자가 볼 때는 어떤가. 우리는 자영업자 과표 현실화 수준이 낮지 않나.
“상속세나 증여세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과거 세원이 노출되지 않아 소득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감안해 세율을 설정한 것도 있다. 그러나 국세청의 모니터링 강화로 과표 양성화가 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상속세·증여세가 이중과세로 느껴질 수는 있다.”(이)
이번 논란은 사실 ‘부의 대물림’ 논란에서 비롯되고 있다.
“자산가들은 절세를 위해 손자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식을 거치지 않고 손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30% 할증이 붙는다. 이러한 세대생략 할증과세는 말이 할증이지 실제로는 엄청난 절세 효과가 있다. 예컨대 자식 단계에서 1000만원, 손자녀 단계에서 1000만원으로 총 세금이 2000만원이라면 세대생략으로 자식을 거치지 않는 경우 손자녀에게 30% 할증 과세되면 실질 세금은 1300만원으로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다. 더구나 부동산의 경우 두 번 낼 취득세를 한 번만 낸다.”(이)
그래서 금수저·흙수저 논란이 나오는 것 아닌가.
“손자녀 증여는 미래의 소득원을 미리 마련해주는 효과도 있다. 부자들의 대비도 철저해지고 있다. 신혼 자녀에게 부동산 전세자금을 지원할 때도 최근에는 무턱대고 증여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자금 출처 조사를 많이 하다 보니 이때 사용할 차용증을 쓰고 빌리는 경우가 많다. 출처 조사가 나와도 차용증을 보여주고 실제 이자 지급 내역도 보여주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세 과세가 안 된다.”(이)
집에 현금을 재어 놓고 자녀에게 돌려주면 어떻게 되나.
“세무서는 이자를 지급하게 되면 누구의 돈으로 지급했는지 확인한다. 만약 소득이 있으면 증빙이 되지만 전혀 소득이 없는 신혼 자녀라면 이자를 지급한 부분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게 될 것이다. 부모가 이자를 받고 자녀에게 현금을 돌려줄 수 있겠지만 그런 부분까지는 세무서가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다.”(이)
납세자연맹에서는 어떻게 보나.
“부모·자식 간 차용증이 무슨 실효성이 있겠나. 우리나라에선 현금 거래도 많고 가족 간에 현금을 주고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합리적인 세제가 중요하다. 계약서를 쓰지만 형식에 그칠 뿐이고 실질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를 받아 현금을 빼서 자식이 왔을 때 주면 추적할 방법이 없다.”(김)
그런데도 청와대는 “홍종학 증여가 상식적”이라고 한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세법을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증여·상속세를 부과하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세회피가 만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에 우리의 세금 도덕성도 낮다. 국가가 이런 상황을 부추기는 거고 이래서는 실질 세금이 적게 걷힌다.”(김)
어떻게 바꿔야 하나.
“최고세율을 절반 정도로 낮춰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세수에도 마이너스가 안 된다. 너무 높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세회피에 나서는 거다. 부모와 미성년 자녀 간에 돈을 주고받는다는 게 의미가 없는 일 아닌가. 국민을 이렇게 불합리한 쪽으로 몰아가는 국가에 책임이 있다.”(김)
그렇게 세금이 무거운가.
“세율이 너무 높아 해외 이주하는 분도 있다. 캐나다·뉴질랜드 같은 경우 상속세가 없다. 한국에 그냥 있으면 재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마침 자녀가 그곳에 살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쪽에서 사망하면 상속세가 없다.”(이)
합리적 세제 개편이 시급하다고 보는가.
“부자가 떠나면 한국에 뭐가 이로운가. 지금은 국제 조세경쟁 시대다. 증여·상속세 높은 게 결코 세수에 도움이 안 된다. 절세 자체는 죄가 없다. 이번 사례는 다만 언행 불일치라는 도덕성의 문제다. 스웨덴처럼 조세 신뢰도가 높고 공직자 도덕성이 높은 나라에선 (이런 사람) 절대로 장관 못한다. 이런 사건 생기면 바로 후보 사퇴한다. 우리도 점진적으로 스웨덴처럼 세금 정직성이 높은 나라로 가야 한다.”(김) 

김선택은 …

100만 인터넷 회원이 가입한 한국납세자연맹을 2001년부터 이끌고 있다. 부당한 과세 제도와 관행을 고치는 데 앞장서면서 세금 잘 내고 잘 쓰기 운동을 펴고 있다.

이항영은 …

국세청에서 14년간 상속·증여 담당으로 근무한 뒤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을 역임했다. ‘절세(節稅)미인’으로 불리며 세무사 업계의 스타 세무사로 꼽힌다.

김동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