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엔 국정원 특수활동비 투명화 주장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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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검찰에 진술하면서 향후 검찰의 수사 방향은 박 전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 등의 구속영장에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지난 201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대구 동을 재선을 앞두고 유세 중인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와 함께 대구 거리에서 한표를 부탁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01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대구 동을 재선을 앞두고 유세 중인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와 함께 대구 거리에서 한표를 부탁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이 12년 전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 “특수활동비가 대표적 불투명 예산”이라고 지적했던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2005년 8월18일 상임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대표최고위원이었던 박 전 대통령은 2005년 7월 안기부의 비밀도청 조직 미림팀의 불법도청 파문을 언급하면서 “국정원이 쓰는 예산이 상당히 불투명한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베일에 싸여있는 국정원 예산에 대해서 국회의 통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문제 삼았다. 박 전 대통령은 “각 부처에서는 특수 활동비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대표적인 불투명 예산이다. 그래서 국정원에서는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라는 것으로 대규모로 예산을 계상해서 쓰고 있는데 이것도 국정원 예산이면 예산으로 편입해서 써야지 이렇게 불투명하게 각 부처에 이렇게 숨어있는 예산은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에 우리 당에서 국정원 개혁방안에 대한 TF팀이 구성되었는데 전문가라든가 여러 의견을 잘 수렴해 여기에 관련된 개정 법률안이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2년이 지나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에서 다시 국정원 특수활동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역대 정부를 보면 자신들이 집권할 때는 ‘정보 보호’ 운운하며 국정원 특수활동비 공개를 꺼리고, 반대로 야당이 되면 국정원 예산을 투명화 해야 한다고 비판한다”며 “각 당이 처한 입장에 따라 말을 바꾸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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